미국은 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나 되는 소비 대국이다. 올해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가 침체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틀린 가장 큰 이유도 미국의 소비자 지출이 예상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 지출은 견고한 고용, 낮은 실업률, 인플레이션 둔화, 정부 재정 지출 확대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강력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은 거의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임금도 각종 파업으로 상승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3사의 노조원들은 최근 종료한 파업의 결과 임금이 25%나 상승했다.
꾸준한 고용으로 실업률은 거의 50년 만에 최저인 3.8%로 떨어졌고, 고용된 주요 연령(25~54세)의 여성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해고는 역사적 최저치에 가깝다. 더 많은 일자리는 더 많은 소득과 더 많은 지출을 일반적으로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평균 임금이 물가 상승률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 창고와 같은 많은 저임금 산업에서 고용주들은 근로자를 찾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근로자의 임금을 코로나 이전에 비해 25% 정도 올려주었다.
특히, 부유층의 지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소비력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 가격과 주식시장 상승으로 상당한 자산의 증가를 누렸으며, 이것이 여행, 식사, 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은 부문에 더 많은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기술 및 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고소득층인 중년층의 소비 증가가 뉴욕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년층 고객의 지출이 코로나 이전보다 약 50% 증가했다.
연준에 따르면, 부유층 중 10분의 1의 순자산은 2020년 1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28조 달러가 늘었고, 저소득층 미국인 절반은 약 2조 달러에서 3조 6000억 달러 순자산이 늘었다.
부유층 소비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소득이 5만 달러 미만인 가구의 은행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지출이 오히려 고소득 고객의 지출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5만 달러 미만인 가구의 지출은 2022년 1분기 대비 2023년 1분기에 10% 증가한 데 반해,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의 지출은 같은 기간 대비 5% 늘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분기에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 컴퓨터, 기타 장비 등을 포함하는 내구재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지겠지만, 이런 소비 증가 추세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시장 분석가들은 소비자가 직면한 전쟁, 유가, 학자금 상환, 정치적 갈등 등 새로운 역풍에 대해 우려할 때라고 말한다.
거의 3000만 명의 학자금 대출자가 10월부터 대출금을 상환하기 시작했으며, 다음 달 부채 조정에 대한 이견으로 정부 폐쇄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전쟁이 확대되면 유가가 배럴당 최고 250불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소비자 지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 소비자들의 지출이 감소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소비자 지출의 회복력은 강력하지만, 향후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23년 하반기까지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겠지만, 2024년 상반기에는 전쟁 장기화, 연준 고금리, 인플레이션 지속 등으로 소비 둔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는 미국 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고금리 정책의 전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