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우려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2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우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착공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브릿지론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착공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브릿지론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 EU에서 부동산 관련 기업의 부도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벽계원(Country Garden)의 달러화 사채가 디폴트로 인정됐다.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경영 재건도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채무재편 관련 협의가 난항을 보이고 있으며, 홍콩 고등법원은 이 회사에 대한 청산신고에 대한 판단을 2024년 1월에 내릴 예정이다.
EU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주요 부동산 기업인 시그나 홀딩스가 파산을 신청했고, 미국에서는 한때 높은 성장 기대를 모은 위워크가 파산했다.

해외 부동산 기업의 경영 악화, 부도 리스크 상승과 파산의 영향은 일본, 한국 등 부동산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의 증가와 부동산 시장


코로나를 계기로, 재택근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전 세계적으로 사무 공간의 공실률이 상승세다. 계속된 고금리 기조가 일단 올 연말을 기점으로 수그러들고 있지만, 주요 국가 금리 인하가 언제 시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의 재택근무 이후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크게 증가했다. 2019년 6%대였던 공실률은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19~20%로 치솟았다.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2022년 3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공실률 해소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직원들의 재택근무 선호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2023년 4월 고객에 보낸 편지에서 2025년 말 이전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가 1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약 3분의 1은 재택근무로 인해 공실률이 증가한 사무실 건물 대출이다.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됐다. 부동산 기업은 대부분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 더욱이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부동산 기업들의 재산 가치도 감소하고 대출 여력도 줄어들었다.

이에 부동산 기업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부실화되면, 이는 금융 시스템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 미국 모두 힘겨운 상황 직면


경영 악화에 빠지는 중국의 부동산 기업은 증가 추세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중국에서는 500개사 부동산업자가 파산했다. 2020년 1~2월에만 100개사 정도가 파산했다. 사실상 파산에 가까운 상태에 있는 부동산 기업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투자 및 소비도 위축되고, 금리도 인상됐다.

이에 2023년 상반기 중국 100대 부동산 기업의 주택매출 현황을 보면 3년 전보다 매출이 60% 이상 감소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평가 대상 중국 부동산 회사 중 최소 20%가 결국 파산할 것이며, 그들이 보유한 880억 달러 상당의 채권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부동산 기업의 파산 증가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에 첨단 분야에서 미·중 갈등의 첨예화, 대만 문제의 심각화 등으로 중국에서 인도 및 아세안 지역의 신흥국으로 사업 거점을 옮기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미국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렵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 등 중견 은행이 부실 위험에 빠진 바 있다. 이에 은행은 여신심사 기준을 인상했다. 부실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약 18.6%로, 이는 2019년 4분기 대비 5.9%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또한, 미국의 주요 도시 중 일부에서 공실률이 20%를 넘어서는 등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많은 IT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사무실 임대 계약을 해지했고, 사무공간 수요는 감소했다. 임대료 감소 등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위워크는 경영 재건을 포기하고 부도를 선언했다.

EU와 일본 부동산 시장도 위기는 마찬가지


2022년경부터 EU에서도 부동산 대기업의 경영 불안이 표면화했다. 독일의 애들러, 스웨덴의 삼하스 빅나스 보라게티 노르덴(SBB), 오스트리아의 시그나 홀딩스 등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세계의 대기업 자산운용회사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적극적으로 부동산 개발과 취득을 진행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11월 하순, 시그나는 자금 조달이 막혀 부도에 직면했다.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동산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올여름부터 일부 해외투자펀드가 보유한 오피스 등이 매물로 나왔다.

이런 움직임은 가을경부터 본격화되어 2023년 해외투자자들의 일본 부동산 거래액은 감소하고 있다. 2023년 10월까지 39개월 연속으로 도쿄 도심의 평균 임대료는 하락했다. 사무실 소유자는 당초 예상했던 현금 흐름을 얻기 어려워졌다. 가격이 고가 수준에 있을 때 매각하려는 투자펀드 등이 늘어나 시장 상황이 조정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색은 금융, 주식 시장에도 악영향 끼쳐


예를 들면, 위워크와 시그나 등은 이자 지불 비용 증가와 신규 차입이 곤란해져 보유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 자금 사정 개선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결국 파산했다.

향후 세계적으로 부동산 관련 기업의 부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의 신용 관련 상품(채권, 대출, 증권화 상품)의 가치 하락 위험은 높아지고, 세계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우려도 높다.

이는, 관련 주가 하락 위험을 부추길 것이다.

투자처의 부도나 리스크 상승으로, 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기관들은 신용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저금리에서 차입을 통해 자금을 운용한 금융기관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높은 사무 공간 공실률, 금리 인상, 노후화된 부동산 자산 등으로 인해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이에 추가 대출이 제한되고, 관련 경제 영역이 위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기관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야 할 때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