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각) 미국 국채의 연간 발행량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거의 두 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채 발행 규모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때다. 당시 미국 정부와 연준은 약 7조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세금 감면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유동성이 범람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 비용 증가도 국채 발행의 원인으로 꼽힌다.
2022년 하반기 미국 국채 시장은 금리 인상의 끝과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는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동시에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2023년 3월에도 단기 국채 금리의 급등과 지방은행의 부도 등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다행히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국채 시장의 불안정성이 미국 금융 시장에 위협 요인이 되는 것은 피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매도 압력 증가로 인한 혼란이 가중됐다. 재무부는 단기 채권 발행을 확대하며 시장 유동성의 관리에 나섰다. 만기 1년 이하 단기 채권이 미상환 부채의 22.4%를 차지하며 권장 한도인 20%를 초과하자 재무부는 총 2조4000억 달러를 순 조달했다. 이는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보유자들에게 상환하기 위한 금액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 국채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에 대한 견고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으며, 추가 보상 없이도 장기 국채를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쌓여가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영구적으로 더 높은 채권 수익률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쟁, 확장적 재정 정책, 탈세계화, 이민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전망이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라 유지될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국채 시장의 불안이 한국의 금리 상승을 초래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국내 투자가 감소해 경제 성장 둔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환율 변동성 증가에 따른 원화 약세와 수출 감소·수입 증가로 인한 가계 소비 위축 등 경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채 해결 방안으로 지출 감소와 세금 인상, 재정 구조 개혁 등 정부의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와 규제 개선을 통한 국채 투자자 참여 확대, 지속적인 미국 경제 성장 등을 꼽고 있다.
미 연준 등 금융 당국이 국채 시장 우려에 대한 복안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국제스왑 및 파생상품 협회(ISDA)는 연준이 은행들의 자본 규제 일부를 완화함으로써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필요할 때 시장에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는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보유한 국채와 예금을 자본으로 인정받지 않아도 되는 규제 완화책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더 많은 대출을 실행할 수 있고,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 은행들은 자신들의 재정 상태를 더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고 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채 발행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8개 회원국의 국채 발행량이 약 15조 8000억 달러(약 2경 9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 당시보다 더 큰 규모다. 선진국들이 국채 발행을 늘린 가장 큰 이유는 주요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