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에 대비해야 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도 해야 한다. 국가 단위의 규제에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외교로 풀어야 해서다.
중국 상무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IRA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사용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수입해야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본질적으로 차별적 속성을 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겨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는 전기차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자국 브랜드의 전기차로 이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 강국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도 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을 미국과의 주요 통상 쟁점으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한뜻을 모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미국 이외에도 프랑스 역시 비슷한 정책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전기차 생산과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따져 환경점수를 산정하고, 일정 점수 이상인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각국의 친환경 정책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산업경쟁력에 타격이 예상된다. 민간 기업은 각국의 정부 뜻에 항명할 수 없으므로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나 해결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국가 간의 외교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전기차 시장이 케즘 구간에 진입해 수익성에도 문제가 생길 전망이다. 만큼 판로개척 부분은 정부의 지원사격이 절실해졌다. 이에 중국과 유럽연합 등이 WTO에 제소하거나 통상협상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큰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특성상 해외시장에서의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시장이 되었던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 양상을 보이며, 경영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부분과 원자재 수입과 관련해 이따금 보이는 횡포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미국과의 관계에만 치중한 나머지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자동차 최대격전지로 꼽히는 미국의 11월 대선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앞서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발(發) 무역 압박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 확대 등을 정부 차원에서 홍보하고 실행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향후 정부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IRA 자체를 무효화 하겠다고도 밝히는 등 기존 친환경 정책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이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에서의 국내 기업들 입지도 흔들리게 된다. 더욱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미국 현지공장들이 착공에 들어갔지만 완공해도 의미가 퇴색된다.
이런 부분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차원의 지원방안과 외교협상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