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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장 전격 교체, 이재용의 선택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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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장 전격 교체, 이재용의 선택 이유는?

반도체 부문 기술 중심 문화 강화 목표
미래 선점 위한 초격차 기술 개발·우수인재 육성 의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자이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자이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현재이자 미래인 반도체 부문이 전영현 부회장의 새로운 리더십 체제로 전환한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 D램, 낸드플래시 사업 모두에 이해도가 높고 전략 마케팅 업무에도 능통한 말 그대로 '반도체 해결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추격전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기술통'으로 불리는 전 부회장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복귀는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 부문 기술 개발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추구하는 뉴삼성이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깔고 있으므로 본격적인 그만의 색을 입힌 삼성전자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달라진 그룹 기조를 반영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ICT 완제품에 대한 소비가 위축됐다. 이에 관련 기업들은 반도체 재고 소진에 나서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런 시장 상황에도 이 회장은 "변하는 환경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 왔다.

2023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90%가량 줄었음에도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비용은 2021년 22조5954억원에서 2022년 24조9192억원, 2023년 28조34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R&D 투자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만 그룹 내 가장 큰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그를 중심으로 한 책임경영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에 최고 결정권자의 부재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 상대인 인텔, TSMC, 애플 등이 선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올해 본격적인 현장 점검 및 삼성 기술 명장들을 직접 방문하는 등 기술경영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더 늦기 전에 미래 선점을 위한 초격차 기술 개발과 우수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등 왕성한 글로벌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출장길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을 만드는 독일 자이즈 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내부에서는 전격적인 인사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21일 이같은 인사를 발표하자 내부에서는 "전혀 몰랐다"는 반응과 더불어 "HBM 개발 속도전에 불이 붙게 돼 본격적인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