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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젊은 층 확보 전략과 투표율이 핵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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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젊은 층 확보 전략과 투표율이 핵심 변수

지난달 2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지라드 대학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대학생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지라드 대학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대학생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과 트럼프 진영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젊은 유권자' 공략과 투표율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에 바이든을 지지했던 젊은 층의 바이든 이탈이 두드러지기 때문으로, 양 당은 모두 이들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전략 마련에 분투하고 있다.
민주당은 핵심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의 이탈 억제와 복원을 위해 조직화와 포용 전략을, 공화당은 비주류인 이들을 흡수하면서 기존 지지자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조직화보다 바이든 공격을 통한 거부감 확대라는 선전 위주의 동조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젊은 층 유권자의 표심 변화
여론조사 결과, 젊은 층 표심은 선거 때 자주 투표하는 사람들은 바이든을 더 선호하지만, 투표를 잘 안 하는 사람들은 트럼프를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투표 참가율이 낮은 젊은 소수계 남성 유권자 사이에 트럼프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18~24세 연령층과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저소득 청년층에서 바이든 지지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인종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대졸 이하 젊은 흑인과 라티노 남성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지지율이 높게 조사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트럼프를 향해 '놀라운 개방성'을 보이며, 전통적 바이든 선호에서 '변화'를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이들 투표율이 저조한 젊은 층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당연히 트럼프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으며, 이는 각 당의 선거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은 과거 바이든을 지지하다 트럼프에 호의적인 투표 참가율이 낮은 유권자들을 돌려 세울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지 고민 중이고, 공화당에서는 투표율이 낮은 유권자들을 어떻게 표로 연결할지 검토하고 있다.

◇ 바이든과 민주당의 과제

2020년 당시 바이든은 젊은 층의 지지(60%)를 받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플레이션과 경제 문제 등으로 많은 젊은 층이 바이든을 외면하자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경합주에서 이들의 이탈로 트럼프에 뒤지자, 이들 복원이 대선 승리에서 최대 과제라고 인식하고,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경제정책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재정지출을 줄여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려 한다.

젊은 층을 직접 겨냥한 정책도 내놓고 있다. 학자금 대출 금리 대폭 인하와 청년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대외 정책에서도 젊은 층의 시각을 의식하고 있다. 중동 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강경일변도를 지양하고,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개인과 민주당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 이탈한 젊은 층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이에, 바이든 진영은 경제, 사회, 외교 모든 분야에 성과를 내보이는 한편, 핵심 지지층이었던 젊은 층을 붙잡기 위해 전국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진영보다 압도적인 자금력을 앞세워 기록적인 유권자 동원 작전을 폈다. 바이든은 약 2조6000억 원(19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이는 트럼프의 2조2000억 원(16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였다.

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바이든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등 경합주에 600여 개의 지역사무소를 열고 수천 명의 유급 활동가를 배치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에만 100여 개 사무소를 두고 운동가 700여 명을 투입해 투표 참가 의사가 낮은 유권자 동원에 집중했다.

2024년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진영은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경합주를 중심으로 500여 개의 지역사무소 개설을 준비 중이고, 수천 명의 유급 활동가를 동원해 젊은 층과의 직접 접촉에 주력하고 있다.

◇ 트럼프와 공화당의 과제

트럼프와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젊은 유권자들을 조직하는 데 약점이 있었다. 주류 지지기반인 백인 기독교 보수층과 문화적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 특히 저소득 흑인과 라티노 남성 유권자들 표심이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되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이들을 열성 지지층으로 흡수하는 전략 가동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이들을 조직화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전국을 아우르는 대규모 조직을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소송 비용 등으로 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있다. 둘째, 설사 조직을 꾸린다 해도 공화당의 주류 백인 보수층 지지자들 사이에서 소수계 유권자 포용에 대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와 공화당은 조직화 대신 트럼프의 강점인 미디어 노출과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과 소수계에 영향력이 큰 소셜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자신의 SNS 계정과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벌이며,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경제, 물가, 이민 등 민생 이슈에서 바이든 정부를 공격하고,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표심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FOX 뉴스를 비롯한 우파 미디어와의 연대를 통해 바이든을 공격하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등 본격적인 미디어 정치를 펼치고 있다.

이외에 대규모 유세와 집회도 가동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보수적인 지역에서 수만 명이 운집한 대규모 선거 유세를 열기도 했다.

◇ 투표율이 핵심 변수

이번 대선 투표율이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당의 지지층이 확고한 투표 의사를 내보이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젊은 층의 투표율이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투표율이 높다고 어느 한 후보에게 무조건 유리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민주당 후보가 유리했다. 이는 고령층과 같이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높은 투표율을 유지하지만, 젊은 층과 소수 민족 등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도 66.8%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에서 바이든이 51%의 지지로 승리했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지면, 바이든 지지층의 투표가 결집한 것을 의미하므로 바이든의 재선 확률이 높아진다.

요컨대, 투표율이 낮을수록 바이든 지지 기반이 이탈하고, 투표율이 더 높을수록 그들의 투표 참여가 높아져 바이든에게 유리해지는 구조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2020년(66.8%)보다 낮은 1억4000만 명에서 1억5000만 명(55~60%)이 투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바이든에게 유리한 전망이다.

이들은 지지층이 양극화된 가운데 55% 이하의 낮은 투표율은 진보 성향인 바이든 주요 지지 기반인 청년층과 소수 민족의 투표율이 낮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유리하고, 반면 60% 이상의 높은 투표율은 이들의 투표 참여가 높아진 것을 의미해 바이든이 유리하다고 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바이든 캠프가 최소 1억5000만 명, 60% 정도의 투표율을 목표로 잡고 젊은 층과 소수계 등 주요 지지기반에 대한 집중 공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바이든이 이 목표치를 달성해 투표율을 높일 수가 있다면, 올 연말 대선에서 바이든 진영은 2020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득표율일지라도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