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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원대로 반등한 엔화...환차익 실현 타이밍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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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원대로 반등한 엔화...환차익 실현 타이밍 왔나

일본은행 화폐 박물관에 전시된 일본의 1만엔짜리 신형 지폐.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은행 화폐 박물관에 전시된 일본의 1만엔짜리 신형 지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00엔당 850원대까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엔화 가치가 880원대까지 빠르게 반등하면서 엔테크족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원·엔 환율 900원대가 붕괴되면서 엔화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투자자들은 1년 가까이 전전긍긍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당국이 엔화가치 하락 방어에 나섰다는 추정이 제기되면서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지난 임기 내내 '약(弱)달러'를 선호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달 초 162엔을 넘봤던 엔·달러 환율이 157엔 선으로 후퇴했다. 3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이달 초와 비교하면 엔화값이 달러당 4엔 넘게 뛴 셈이다.
이에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 역시 지난 4일 100엔당 857.03원을 기록했다가 급격히 반등해 20일 기준 883.58원까지 오르면서 880원대를 회복했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던 엔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엔화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엔화 투자가 급증한 것은 100엔당 900원이 무너지면서부터인데 '금리 정상화'가 시작되면 금세 반등할 것이라고 믿었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840원대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전전긍긍'하던 터라 이번 엔화 반등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 엔화예금은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곳에 투자했으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도 점차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5978억 엔에서 원·엔 환율이 900원대가 무너진 6월 9373억 엔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나더니 9월엔 1조 엔을 넘어섰다. 이후 증가세가 계속 이어져 지난 6월 말 기준 1조2929억 엔까지 늘었다. 엔화 반등을 노리고 가계와 기업이 투입한 자금만 대략 7000억 엔 정도로 추산되는 셈이다.

'역대급 엔저'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가치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최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달러 약세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엔화에 베팅한 투기자금이 환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강세 기조가 가시화된 엔화의 추가 흐름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 강세 시 엔화 약세에 베팅한 투기자금의 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음은 예상외로 엔화 강세 폭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