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과의 전면적 무역 단절을 의미하는 극단적인 조치로도 해석된다.
2023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약 4990억 달러로, 중국 전체 수출액 가운데 13.4%를 차지한다. 수출은 중국 GDP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어 수출 급감은 중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 충격이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급격한 경제 둔화는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GDP 성장률이 1%p 하락할 때마다 세계 GDP 성장률은 약 0.3%p 하락한다고 추정한다. 만약 중국의 성장률이 현재의 5.2%에서 2.6%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세계 GDP 성장률은 약 0.8%p에서 1%p 정도 하락하게 된다. 이는 2024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약 3.1%)을 2.1~2.3%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원자재 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으로, 그 수요 감소는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p 하락할 때마다 석유 가격은 약 2.5%, 구리 가격은 약 1.5% 하락한다. 극단적인 경제 둔화 시나리오에서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20~30% 이상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기업 실적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S&P500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약 5~7%를 중국에서 얻고 있으며, 특히 기술 기업의 경우 비중이 더 높다. 예를 들면 애플은 약 20%, 퀄컴은 약 65%의 매출을 중국에서 얻고 있다. 중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이들 기업의 매출은 10~30% 정도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주식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준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둔화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해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본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 일부 취약한 신흥국의 경우, 통화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 글로벌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10~20% 정도의 하락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도 우려된다. 중국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생산기지로, 중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는 이 공급망을 붕괴시킬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일부 산업에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특히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 정책, 기업들의 적응 능력 등에 따라 실제 영향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내부에서도 극단적인 무역정책에 대한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실제로 정책 시행 과정에서는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 가능성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 다각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거시경제 정책의 유연성 확보도 중요할 것이다.
결국, 2024년 미국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전 세계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특히 미·중 무역 관계의 향방에 따라 글로벌 경제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어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의 예의 주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