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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대법원 전면 개혁 도전...종신직 대법관 임기 18년 제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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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대법원 전면 개혁 도전...종신직 대법관 임기 18년 제한 등

한국의 사법부 개혁도 여전히 중요 과제로 떠올라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 분립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미국 대법원 전면 개혁 계획은 이러한 위기 의식의 산물이다.

사법부 개혁을 말하는 바이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법부 개혁을 말하는 바이든. 사진=로이터

현재 미국 대법원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미국 사회 전반 신뢰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미국 대법원은 1789년 6명의 대법관으로 시작되어 1869년 현재의 9명 체제로 정착되었다. 초기에는 대법관들이 순회 재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립된 권력 기관으로 변모해왔다. 특히, 대법관 종신직 제도는 한때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였으나, 이제 오히려 정치 편향성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법관 임명이 좌우되고, 이들이 평생 재임하며 편향된 판결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단일 대통령 임기가 수십 년간 미국 법체계와 사회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쟁점이자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로 대선이 흘러가는 가장 큰 이유인 낙태권 문제도 보수적 성향 판사들이 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대법원은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이 판결은 거의 50년 동안 미국에서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해온 것의 극적 변화였다.

이런 판결 변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이 큰 역할을 했다. 대법관 임명의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최근 대법관들의 윤리 문제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호화 여행 미신고,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닐 고서치 대법관의 서적 판매 논란,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의 사적 제트기 이용 등은 대법관들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일부 대법관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회피하지 않는 행태는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런 배경 속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대법관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고 2년마다 새 대법관을 임명하는 방안이다. 이는 법원 구성 다양성을 확보하고 특정 정치 세력의 장기 지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대법관에 대한 구속력 있는 윤리 강령 제정이다. 이는 대법관 행동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위반하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개혁의 필요성은 최근 대법원의 판결들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행정부 권한 제한, 대통령의 '공적 행위' 면책특권 인정, 낙태권 제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판결들이 이어지면서, 대법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판결의 문제를 넘어 미국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혁안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바이든이 의회 민주당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점, 그리고 선거를 앞둔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입법 추진보다 선거 메시지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또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어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정치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회는 현재 법의 지배가 편향된 해석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대법원 개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제도 개혁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미국 사회 전반의 양극화 해소, 정치적 대화와 타협의 복원,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이런 변화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사법부도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 법관 출신 헌법재판관의 과다 임명, 사법부 내 위계적 구조 등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성이 약화하고, 정치 권력이나 특정 이념에 편향된 판결이 나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사법부 개혁의 핵심은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와 동시에 책임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장 권한 분산, 법관 인사제도 개선, 그리고 사법부 내 다양성 확보 등이다. 하지만, 논란만 제기되고 아직 만족스러운 개혁은 요원해 보인다.

미국과 한국의 사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 개혁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복잡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제도의 개선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향후 미국의 개혁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입법 과정은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중요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미국이 이런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나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