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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배터리 산업 패권 장악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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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배터리 산업 패권 장악 눈앞에

혁신과 정부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 선도, 미국·유럽 업체들 추격 비상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세계 시장 석권 눈앞에 다가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세계 시장 석권 눈앞에 다가왔다. 사진=로이터

이는 더는 새로운 정보가 아니지만, 미국 연구기관이 밝힌 구체적 통계는 더 무서운 현실을 보여준다.

◇ 중국, 압도적 생산량과 정부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 선도


미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 Innovation Foundation)의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62%,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수출이 851% 증가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중 약 40%가 유럽 시장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있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는 약 317조1010억 원(2300억 달러) 이상 보조금을 전기차 산업에 투입했다. 여기에는 구매자 리베이트, 판매세 면제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포함된다.

또한, 현지 콘텐츠 요구사항, 강제 기술 이전 등의 정책도 중국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는 단순 산업 육성을 넘어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성 확보 등 다양한 국가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 중국 기업들의 혁신, 제품ㆍ생산ㆍR&D 전방위 경쟁력 강화


중국 전기차 산업 성공을 단순히 정부 지원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중국 기업들의 혁신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BYD, 리 오토, 샤오미 등 주요 중국 제조업체들의 전기차 품질과 혁신성은 테슬라나 BMW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대등하거나 때로는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제품 혁신, 프로세스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고객 경험 혁신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중국 우위는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화학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일부 스타트업들은 2000km 주행 가능한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가치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선점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CATL 등 중국의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혁신은 제품뿐만 아니라 생산 프로세스에서도 나타난다.

로봇 자동화, 디지털 생산 시스템, 혁신적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공정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미국, 유럽,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보다 30% 더 빠르게 신차 모델을 개발하고 출시하고 있다.

연구 개발 측면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기 배터리 관련 영향력 있는 연구 논문 중 65.4%가 중국 기관에서 발표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11.9%)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특허 출원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2010년 2.4%에서 2020년 26.9%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술 혁신이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음을 말한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23년 말 기준 전 세계 BEV(배터리 전기차) 시장에 테슬라가 19.9%로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의 BYD가 17%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더욱이 애널리스트들은 2024년 말까지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BEV 최대 생산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글로벌 시장 파장, 미국·유럽 등 경쟁 심화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


이런 성장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EU는 최대 38%의 관세를 책정하는 등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자동차제조연합은 이를 “멸종 수준의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 제한 조치만으로는 중국의 성장세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 R&D 투자 확대, 배터리 기술의 혁신,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GDP의 3~3.5%를 차지하고 970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미래시장으로 분류하는 전기차 산업의 후퇴는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이런 변화는 중국이 더는 ‘복사기’가 아니라 ‘혁신가’로 변모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는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한국, 기회와 위기 공존


한편,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급성장은 한국 기업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회 측면에서는 중국 시장 확대에 따른 부품 및 소재 수요 증가, 기술 협력 가능성 확대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전적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기술 격차 축소에 따른 위기감 고조 등이 나타난다.

2022년 기준,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전체 수출의 약 7~8%,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전자 부품 산업은 전체 수출의 약 33%를 차지했다. GDP 기여도에서 자동차 산업은 한국 GDP의 약 3%,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전자 산업 전체로는 GDP의 약 6~7% 정도를 차지했다. 우리로서는 이 산업 부문을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엄청난 도전에 대응하려면, 차별화된 기술 개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제품의 전환,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배터리 소재 및 첨단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 유지가 향후 국내 산업 생존과 성장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결국,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성장은 단순 산업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 그리고 이에 따른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이 분야에서의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전략적 경쟁의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글로벌 경제 및 정치 질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