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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인상 후폭풍] 엔캐리 국내 유입액 16조 청산 압박 '증시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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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인상 후폭풍] 엔캐리 국내 유입액 16조 청산 압박 '증시 복병'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일본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일본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으로 20조 달러(약 2경7420조원)로 추산되는 막대한 '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자금 청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한 일본계 자금은 16조2000억원으로 자금 이탈 움직임에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일본이 '금리 없는 나라'였던 시절 빠져나온 막대한 자금이 복귀하면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국내 채권·주식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한 일본계 자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16조2910억원(금융감독원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 12조3910억원에서 4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최근 금감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규모가 급격히 불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행이 지난 3월 마이너스 정책금리에서 탈피한 이후 4개월 만에 금리를 연 0.25%까지 올렸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반면 미국 등 주요국은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하를 예고하면서 엔 캐리 청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엔 캐리 자금 규모는 약 20조 달러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미·일 금리차가 크게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규모는 더욱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 중 일본으로 환류 가능한 엔 캐리 자금 규모를 총 38조7000억 엔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증권 투자 26조7000억 엔, 일본 내 외은지점의 본점 대여 10조7000억 엔, 엔화 선물 매도 포지션 1조3000억 엔 등이다.

엔 캐리 자금이 일본으로 갑자기 되돌아갈 움직임을 보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엔 캐리 청산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의 강세 전환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과거와 달리 엔 캐리 자금이 외환시장에 집중되면서 자산시장과 연계성이 낮다는 분석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완화될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이는 엔화 가치 변동에 집중돼 이뤄질 것으로 판단되며, 주식과 채권 등 여타 자산까지의 가격 변동성 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엔화 강세 분위기는 이어지겠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