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국제선원협회(ILA)로 대표되는 항만 노동자들은 글로벌 무역 핵심 고리로서 강력한 협상력을 지니고 있다. 팬데믹 이후 물류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특히, 서부 해안 항만 노동자들의 성공적인 협상 사례는 동부 노동자들의 요구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었다. 현재 협상의 최대 쟁점은 임금이다.
△ 경제적 파급 효과,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우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그 영향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화물의 절반 이상이 동부와 걸프 연안 항구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물류 대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소매업체들은 대체 물류 경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일부는 가을 성수기에 대비해 선적을 앞당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첫째, 예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인한 수에즈 운하의 안전 문제로 많은 선박들이 우회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운송 시간이 약 10일 증가하고, 연료비가 20~30% 상승했다.
둘째, 엘니뇨 현상에 파나마 운하의 극심한 가뭄으로 하루 통과 선박 수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해운 운임이 이미 30~40% 상승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 동부 항만 파업까지 더해진다면 물류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 산업별 영향과 대응 전략
제조업과 유통업은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는 산업이다. 특히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관련 기업들은 재고 확보와 대체 운송수단 모색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항공 운송과 육상 물류 기업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상 운송의 차질로 인해 이들 대체 운송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의 2대 수출국으로, 2023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따라서 항만 파업은 한국 수출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업의 경우 미국 시장이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체적인 영향의 정도는 파업의 지속 기간과 범위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현재 정확한 수치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해당 기업들의 분기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한국의 대미 수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정치적 함의와 정부의 대응
이번 사태는 경제적 측면 외에도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노사갈등은 주요 정치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백악관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정부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부의 중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이 이를 경계하고 있어 협상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정부 중재력과 노사 양측의 타협 의지가 사태 해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 동부 항만 파업 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와 대체 물류망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번 사태가 각 산업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며, 장기적으로는 물류 네트워크 다변화와 리쇼어링 등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로, 기업들의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