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최근 닛케이는 글로벌 경제 중심축이 동남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그리고 높은 경제 성장 잠재력이 맞물리면서 동남아 증시가 새로운 투자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 투자 규모의 급증과 주요 투자 분야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17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FDI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이루어진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싱가포르가 8% 증가한 1410억 달러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으며, 인도네시아는 4% 증가한 220억 달러, 베트남은 14% 증가한 180억 달러, 말레이시아는 39% 증가한 17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3년 투자 유치액이 150억 달러를 초과했으며, 현대자동차의 50억 달러 전기차 공장과 중국 CATL의 60억 달러 배터리 공장 투자가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산업에서 강세를 보인다. 2023년 반도체 관련 투자 유치액이 80억 달러를 초과했으며, 인텔과 인피니온 등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는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매김 중이다. 2023년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가 3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데이터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기술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말레이시아에 43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단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싱가포르에 9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의 CEO들이 최근 몇 달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에 이르는 지역을 순방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 경제 성장 전망과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
IMF는 2025년까지 동남아시아 주요 5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의 평균 경제 성장률이 5.1%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예상 성장률 4.6%를 상회한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25년까지 3,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테마섹 홀딩스, 베인은 이 지역의 인터넷 기반 서비스 시장이 2030년까지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컨설팅 회사 커니 보고서는 동남아의 AI 채택 가속화가 2030년까지 이 지역 경제에 약 1조 달러를 추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위험 요인은 중국
그러나, 이런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탈세계화 추세와 중국 경제 침체가 동남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면 안 된다. 호주 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과의 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동남아 국가별 경제 구조와 대외 의존도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동남아에 FDI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투자한 것이어서, 중국 경제가 하향하면 투자가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남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투자 유치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침체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위기가 동남아 국가들에 심각한 도전을 주고 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태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2020년 200억 달러에서 2023년 366억 달러로 급증했고, 말레이시아도 같은 기간 31억 달러에서 142억 달러로 폭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024년 상반기에 50억 달러의 비석유 및 가스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저가 제품 유입으로 인한 산업 기반 약화도 심각하다. 태국에서는 2023년에 1300개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이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수치이다. 인도네시아의 섬유, 의류, 신발 산업에서는 2024년 초부터 약 4만9000명의 근로자가 해고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여 동남아 국가들은 다양한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수입 직물에 최대 200%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말레이시아는 온라인 구매 수입품에 10% 판매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런 보호 조치들은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와 자국 산업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런 도전에도, 동남아 지역은 여전히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현명한 정책 대응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혁신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대응 능력에 따라 국가별로 불균등한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동남아 시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협력과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 동남아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동남아 시장 변동성, 정치적 불확실성, 그리고 각국의 규제 환경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중국 경제와의 연관성에 따른 위험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로 동남아 시장은 글로벌 투자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와 높은 성장 잠재력이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 위험도 존재한다.
한국의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를 주시하며,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으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동남아 시장 부상은 글로벌 경제 지형의 변화를 의미하며, 적절한 대응은 향후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