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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해리스, 미국 경제 진단과 비전 대결... 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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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해리스, 미국 경제 진단과 비전 대결... 판세는?"

경제 낙관론과 비관론, 남성 우위와 남녀 협력과 평등 가치관 경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조지아는 미 대선 경합주로 꼽힌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조지아는 미 대선 경합주로 꼽힌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경제 상황과 리더십에서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며, 서로 다른 진단과 비전,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현 정부 경제 정책 실패를 강조하며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지만, 해리스는 긍정적 경제 지표를 부각하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고 미 주요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열세를 보이는 트럼프 진영은 판세 역전을 위해 유권자들의 불만이 높은 경제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자신의 ‘강한 남성성’을 내세우며 해리스의 리더십과 대비하고 있어, 이번 대선은 경제 정책뿐 아니라 리더십 스타일의 대결 양상도 띠고 있다.

◇ 경제에 대한 양측의 공방
CNN/SSRS의 2024년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현재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트럼프는 현 정부 경제 정책 실패를 강조하며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낮은 실업률과 견고한 경제 성장률 등 긍정적 경제 지표를 부각하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트럼프는 우선 다양한 연설과 인터뷰에서 모든 부정적 경제 뉴스를 골라서 집요하게 바이든 정부의 실패를 부각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일자리 데이터 수정 발표를 정부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경제 상황이 실제보다 더 나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현직에 있을 때 경제가 훨씬 좋았다고 말한다. 이런 전략은 경제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당연히 해석된다.

2024년 2월 미국 노동부는 1월 비농업 일자리가 35만3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18만5000개를 크게 넘어섰다. 그러나, 동시에 2023년 12월 일자리 증가 수치를 21만6000개에서 33,000개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런 큰 폭의 수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데이터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를 계절적 요인과 설문 조사의 한계로 인한 통상적인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부는 매년 이 시기에 지난해의 고용 데이터를 재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한다.

이처럼 최신 고용 데이터는 강세와 약세가 혼재된 모습을 보이자,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24년 2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으며, 이는 여전히 연준의 목표인 2%를 넘는 수준이었다.
또한,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는 2024년 2월 76.9로, 코로나 대유행 이전 수준인 2020년 2월의 101.0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태였다. 트럼프는 이런 부분도 공격하는 한편, 일반인들이 실생활에 쉽게 느끼는 빵값이나 커피값, 휘발유 가격이 과거보다 훨씬 비싸진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해리스가 주장하는 오바마케어를 강화하고 공공 옵션을 더 추가하는 등 의료보험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정책과 연간 가계소득 12만5000 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들에게 4년제 공립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 최저임금 인상, 주택 정책 등에 대해 ‘소련식 사회주의’라고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해리스는 낮은 실업률 등 긍정적 지표를 내세우며 현재 경제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녀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경제 회복과 성장을 약속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 미국으로 향하는 FDI 규모, 제조업 르네상스와 각종 첨단 기술의 투자 등을 나열하고 좋은 일자리가 늘었음을 강조한다.

그녀는 낮은 실업률을 강조한다. 실제 2024년 2월 기준 실업률은 3.9%로, 이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2023년 미국 GDP 성장률은 2.5%를 기록했으며, 이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양호한 성과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2년 미국으로의 FDI 유입액은 2,820억 달러로, 2021년 대비 14% 증가했다. 반도체 칩 법안(CHIPS Act)의 영향으로 인텔, TSMC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해리스의 긍정적 측면 강조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0~40%만이 현재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60~70%는 아직 대체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일정 부분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의 경제 전망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연준은 2024년 중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2024년 2월 이코노미스트 설문 조사에 응답자 48%가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상반된 경제 메시지는 각각 현재 경제 상황의 다른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경제 지표는 혼조세를 보이며, 유권자들의 경제 인식과 전망이 2024년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지만, TV 토론이나 유권자 관심이 다시 경제 문제로 이동할 경우 여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이런 대립 구도는 선거 캠페인의 주요 전선이 되고 있다.

이에, 양 진영은 자신들의 경제 메시지가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이에 대한 공방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 남성성에 대한 가치관 충돌, 전통 vs 진보

경제 메시지 외에 이번 선거는 남성성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비전 대결로 특징지어진다.
여성 대통령 후보가 출현하며 생긴 일로, 트럼프와 해리스는 남성의 역할과 여성과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진영은 강인함과 권위를 강조하는 전통적 남성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의 캠페인은 ‘싸워, 싸워, 싸워라’와 같은 호전적인 레토릭을 사용하며, 남성의 리더십과 힘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처럼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을 물리치려면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트럼프의 지지자 가운데는 헐크 호건, UFC CEO 데이나 화이트 같은 전형적인 ‘남성적’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반면, 해리스 진영은 평등과 협력을 중시하는 진보적 남성성을 표방한다. 해리스의 남편 더그 엠호프나 팀 월즈 주지사와 같은 인물들은 여성의 권력 장악을 지원하는 데 있어 자신들의 부차적인 역할을 기꺼이 수용한다.

이들은 여성을 존중하고 자신을 뒤로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이런 가치관의 차이는 단순한 이미지 전략을 넘어 실제 정책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전통적 가족 가치와 남성 중심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해리스의 승리는 남녀 성 평등과 다양성을 증진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미국 유권자 비율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1,000만 명이 많다. 대개 여론조사에서 여성들은 해리스 쪽을 지지하는 조사가 결과가 더 많아, 여성 존중의 리더십은 낙태권과 함께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접경 지역인 애리조나주 남부 시에라 비스타를 방문해 민주당 행정부의 국경 통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접경 지역인 애리조나주 남부 시에라 비스타를 방문해 민주당 행정부의 국경 통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 사회적 함의와 전망

2024년 미국 대선은 대통령의 선택을 넘어 미국 사회의 가치관과 미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경제에 대한 비관과 낙관 메시지와 남성성에 대한 가치관의 충돌은 미국 내 깊은 분열을 반영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사회 변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인 만큼 선거 이후 노동 정책, 기업의 조직과 소통문화, 소비 트렌드 등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 가족 정책, 교육 방식 등 문화와 사회 전반의 가치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단순히 개인 능력이나 정책을 넘어, 미국의 미래 모습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비전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사회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미래 방향성은 물론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전 세계의 경제 비전과 문화적 신념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