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SG 펀드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 부문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각) FT는 모닝스타 다이렉트 분석에 따르면, 유럽과 영국의 ESG 중심 펀드 중 약 3분의 1이 현재 국방 부문에 77억 유로를 투자해, 2022년 1분기 32억 유로에서 2.41배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변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 정부에서 강조한 ‘강력한 방위 산업 기반의 필요성’에 투자자들이 공감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방산 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한몫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유럽 ESG 펀드의 수가 2년 사이 22개에서 66개로 3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투자 양상 변화는 ESG 투자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윤리적 투자의 관점에서 배제되었던 방산 산업이 이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새로운 프리즘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 및 일반 투자 관리(Legal and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 소냐 로드의 주장처럼,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가와 사회의 ‘자기방어 능력’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ESG 투자가 단순히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전면적인 것은 아니다. ESG 펀드의 방산 산업 투자 비중은 여전히 전체 자산의 1% 미만으로 작은 편이다. 또한, 집속탄이나 지뢰와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무기 투자는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이는 ESG 투자가 완전히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해 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ESG 투자의 변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함께 미중 갈등, 중동 및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 등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사회적 안정’은 더 중요한 ESG 요소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SG 투자의 본질적 가치인 지속 가능성과 윤리성을 완전히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방위 산업 내에서도 친환경 기술,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인권 존중 등 전통적 ESG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선호될 것이다.
결국, ESG 투자는 더욱 균형 잡힌 접근법을 채택하며, ‘책임 있는 국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ESG 프레임워크에 통합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변화는 한국 방산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럽 ESG 펀드의 투자 범위 확대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을 높일 수가 있는 계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K9 자주포나 K2 전차 등 한국의 주력 방산 제품들이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ESG 펀드들의 투자 확대는 추가적인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한국 기업에 ESG 경영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유럽 ESG 펀드들의 투자 기준이 여전히 엄격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방산업체들도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환경 영향 최소화,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지역사회 공헌 등의 분야에서 선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ESG 투자 정의와 범위가 확장되면서, 투자자는 자신의 윤리적 기준과 투자 수익률 사이에서 더 복잡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방산 산업에 대한 투자가 실제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인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ESG 투자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히 투자 경향의 변화가 아닌, 안보와 윤리, 경제적 이익 사이의 복잡한 균형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앞으로 ESG 투자는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