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력 수요가 향후 수년간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에너지 산업과 정책 입안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컨설팅 회사 ICF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의 부상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건물 및 차량의 전기화 추세가 미국 전력 수요의 급속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3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ICF는 2028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가 평균 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버지니아 북부의 데이터센터 밀집지인 중부 대서양 지역에 가장 큰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지역의 2050년 수요 증가율은 68%로, 전국 평균 57%를 크게 능가할 전망이다.
이런 수요 증가 전망은 미국 에너지 산업에 상당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유틸리티 기업들은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데이터 센터나 전기차 충전소 등 새로운 유형의 대규모 전력 소비처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이는 새로운 발전소 건설, 송배전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동시에 많은 유틸리티 기업은 자체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거나 정부 규제에 따른 배출 감축 의무를 지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화석 연료 발전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함을 의미한다.
ICF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패티 쿡은 유틸리티 기업들이 “수요 증가 대응, 넷제로 목표 달성, 재생에너지 통합, 극단적 기상 현상 대처”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ICF는 2028년까지 전국 평균 전기 요금이 19%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분산된 에너지 자원(태양광 패널, 배터리 저장장치, 전기차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인 가상 발전소와 같은 수요 관리 기술과 피크 시간대 전력 사용 감축 보조금 등을 통해 요금 상승 압박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런 변화는 한국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전력 집약적 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에너지 효율 기술이나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한국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센터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으며, 파리협정 등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전기차 보급과 건물의 전기화를 가속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확충, 그리드 현대화, 에너지 저장 기술 개발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 발전소 등 기존 화석 연료 기반 발전에 의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전력 수요 급증 전망은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 내 문제가 아닌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며, 위험 관리와 새로운 기회 포착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