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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지털 무역 규칙 강화로 글로벌 기술 패권 수성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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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지털 무역 규칙 강화로 글로벌 기술 패권 수성 나서

“하원 재정위 청문회, 디지털 상업주의 대응 및 미국 기업 보호 방안 제시”

미 의회가 디지털 경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 의회가 디지털 경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디지털 무역 규칙 수립에 나섰다.

9월 20일(현지시각) 미 하원 재정 및 수단 무역 소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는 미국의 디지털 혁신을 보호하고 해외의 디지털 상업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됐다.
청문회에서 주목받은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디지털 무역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이 미국 기술 기업들을 겨냥한 규제와 과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더욱 공세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 시장이 있다. 현재 약 11.5조 달러 규모인 글로벌 디지털 경제는 2030년까지 23조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약 40%에 달하지만, 중국과 EU 기업들의 추격으로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p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나 디지털서비스세(DST) 등이 사실상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는 보호무역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도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301조 조사 개시, 미러링 과세, 데이터 이전 제한 등의 방안이 거론됐다.

301조는 1974년 미국 무역법의 일부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미러링 과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의 세금을 부과하는 전략이다. 데이터 이전 제한은 미국 시민의 데이터를 특정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런 방안들은 미국이 자국 기술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거론된 것이다.

EU의 경우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을 시작으로 DMA, 디지털서비스법(DSA) 등을 잇달아 도입하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미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자국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를 차단하는 한편, 알리바바·텐센트 등 자국 기업들을 육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제시된 방안들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할 경우,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이 보복성 조치에 나설 경우, EU 등과의 무역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이전 제한 등 조치는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의 분절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미국 기술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해외에서 규제 부담이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 40% 수준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디지털 무역 정책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과 EU, 중국 간의 디지털 무역 갈등 심화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기술 동맹 강화 정책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협력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EU, 중국 등 강대국 간의 디지털 패권 다툼에 끼여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청문회에서는 이들 국가에 기술 지원과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개도국들이 적절한 디지털 규제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청문회는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질서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패권 수성이라는 목표하에 더욱 공세적인 디지털 무역 정책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는 2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 협력의 중요성도 간과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 경제의 특성상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어떻게 자국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미래가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