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대기업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사적으로는 재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더불어 미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들도 노선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다. 35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 해결을 위해서 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기업들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스마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해리스 부통령은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바이든 정부가 제안한 자본이득세율 인상폭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업들의 불만이 컸던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위원장 교체 가능성도 시사했다.
해리스의 재계 접근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는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CEO,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 등 주요 기업인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경제 성장과 규제의 균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해리스의 캠페인 자금 모금 실적이다. 연방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이 사퇴하기 전 10일 동안 그의 캠페인은 자신을 CEO라고 밝힌 약 990명의 기부자로부터 약 9만1000달러를 받았다. 바이든 사퇴 후 10일 동안 해리스의 캠페인은 5000명의 기부자로부터 거의 200만 달러를 받았다. 이는 해리스가 재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의 정책 전환이 실질적인 정치적 지지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해리스는 노동계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 노동조합 강화 등 친노동 정책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의 탈세와 노동자 착취에 대한 비판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해리스의 행보는 미국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의 선회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기술 기업들과 금융 기관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약 산업에 대한 그녀의 관심을 고려할 때, 헬스케어 섹터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진보 진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기업에 너무 우호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월스트리트와의 타협은 노동자들의 이익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조용한 변화'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전통적인 진보-보수의 구도를 넘어 경제 성장과 규제의 균형을 모색하는 '중도 실용주의'로의 선회는 미국 경제가 직면한 복잡한 도전에 대한 해리스식 해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2024년 대선까지 해리스 부통령의 행보와 그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녀가 재계와 노동계 양측의 지지를 얻으며 '실용주의' 노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양측 모두의 반발을 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