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며, 은행 부문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때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이제는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공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관련 부채 규모는 약 1경1949조3000억 원(9조 달러)로 중국 GDP의 약 6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중국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3조2000억 위안(약 606조688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부실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난관 속에서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은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 시장에 1조 위안(약 189조7000억 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조치로는 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주식 시장 안정화를 위한 스왑 시설 및 자사주 매입 펀드 조성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부양책은 미약하다는 평가다. TS 롬바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레야 비미쉬는 “당국이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성장 악화를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작은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즉, 정부가 더 큰 부양책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복잡한 경제 상황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실 은행의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유동성 증가로 인해 부실기업들이 연명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은행의 부실자산이 더욱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 수요 부진,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제조업 과잉투자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 미국 및 유럽과의 무역 갈등 등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새로운 무역 전쟁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 변화는 한국 경제와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수출 부문 타격이다.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2023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9.5% 감소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 환경 악화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융 불안으로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셋째,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간접적 산업 영향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시, 글로벌 건설 자재 수요 감소로 한국 관련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경우 한국의 소비재 및 중간재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 경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의 은행 부실과 경기부양책 사이에서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반등을 노리는 투자가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한 위험 관리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국유 은행이나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어적 전략을 취하거나, 중국 시장 노출도를 줄이고 다른 신흥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중국의 은행 부실 문제와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 신산업 육성,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중국 경제 정책 변화와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위험을 관리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단기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