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은 국방비 증액과 방위산업 육성을 서두르고 있지만, 관료주의 장애물, 산업 기반 약화,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 복합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우선, 유럽 전역에 관료주의와 산업 기반 약화로 인한 문제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독일에서 시험장 확장 계획이 주민 반대로 중단되었고, 프랑스에서는 환경 규제로 미사일 생산 시설 확충이 지연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생산 능력 확대가 지체되고 있다.
이는 유럽 방위 능력 강화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목표 달성 현황도 우려스럽다. 2023년 기준으로 여전히 절반 이상의 회원국이 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동맹의 전반적인 방위 능력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유럽 방위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재무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냉전 이후 계속된 방위산업 축소로 인해 주요 부품과 원자재의 공급망이 약화하였고, 숙련된 인력 확보도 어려워졌다. 영국의 BAE 시스템즈는 특수 금속 공급 부족으로 포탄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유럽의 불안감을 고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나토 동맹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집단 방위 원칙을 약화할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가능성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억지력을 약화하고, 유럽 내 안보 정책 분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 방위산업계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주요 방산업체들은 생산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장기 계약 부족과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투자에 신중한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 계약의 부족이다. 유럽 정부들의 우유부단한 태도와 예산 제약으로 인해 방산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생산 능력 확대나 연구개발 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많은 은행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이유로 방산 관련 대출을 꺼리고 있어, 특히 중소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심각하다. 이는 방산 공급망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 방위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국가가 미국 방산업체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유럽 방산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반면,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등 미국 방산업체들은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맞고 있다.
글로벌 안보 정세 측면에서도 이는 심각한 함의를 지닌다.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방위 능력 약화는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안보 부담이 가중될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집중이 흐트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의 방위산업 부진은 한국 방산업체들에게 수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과 방산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는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유럽 안보공약이 약화할 경우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어, 한국의 자체 국방력 강화 필요성이 더욱 부각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럽의 재무장 지연은 글로벌 안보 구조와 경제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는 나토 동맹의 결속력 약화,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 감소, 그리고 국제 방산 시장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유럽은 관료주의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나토 동맹국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자체 방위 능력 강화와 함께 국제 방산 시장에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