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저소득층 및 소수인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500개 이상의 지점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대형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을 대거 폐쇄해 온 흐름과 상반된 행보라고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JP모건의 이 같은 결정은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서비스 확대와 함께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이는 단순한 선행이 아닌 사업”으로 “고객 수, 예금, 투자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은행 지점 하나를 운영하는 데 연간 약 200만~40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온라인 뱅킹이나 ATM 운영 비용은 이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은행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점 통폐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JP모건은 저소득 지역의 신규 지점들이 예상보다 큰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뉴욕 할렘가에 2019년 개설한 지점의 경우 4년 만에 개인 저축 잔액이 73% 증가했으며, 인근 다른 지점보다 더 많은 당좌 예금 계좌를 개설했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미국 내 은행 지점은 5.6% 감소했으며, 특히 아시아계(7.6%)와 흑인(6.6%) 밀집 지역에서 폐쇄율이 높았다. 이는 온라인 뱅킹 확대와 비용 절감 압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저소득층과 소수인종, 고령층, 장애인 등이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 소외 우려가 제기돼 왔다.
JP모건은 이번 확장을 통해 기존 고비용 대출 서비스에 의존하던 저소득층에게 합리적인 대안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역 사회와의 신뢰 구축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한편, 웰스파고, PNC 등 다른 대형은행들은 여전히 지점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JP모건의 이번 결정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JP모건 전략이 성공할 경우 다른 은행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은행 산업은 약 4,100개의 상업 은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대형 은행(자산 10억 달러 이상)이 전체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점 수로 보면 중소형 은행들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JP모건의 이번 확장이 지역 은행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이런 미국 은행들의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은행들도 디지털화 추세 속에서 오프라인 지점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최근 5년간 은행 지점 수가 약 20% 감소했다. 2018년 말 6,795개였던 국내 은행 지점은 2023년 6월 말 기준 약 5,460여 개로 줄었다.
이는 디지털 뱅킹 확대와 비용 절감 노력의 결과지만, 동시에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 저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ATM조차 찾기 어려운 ‘금융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을 정도이다.
JP모건의 이번 결정은 단순 지점 확대를 넘어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수익성 추구의 균형을 모색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향후 이 전략의 성과와 타 은행들의 대응, 그리고 금융소외계층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등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