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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주요국 우경화 바람에 민주주의·경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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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주요국 우경화 바람에 민주주의·경제 '흔들'

극우 세력 부상과 경제 침체로 EU의 미래 불확실...나토 결속력 약화 우려

독일의 위기는 유럽과 민주주의 위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 위기는 유럽과 민주주의 위기. 사진=로이터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의 극우 세력 득세가 유럽연합(EU)의 민주주의와 경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 침체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고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민자 문제, 경제적 불평등 심화, 전통적 가치관 변화에 대한 불안 등이 극우 정당 지지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3당 연립정부는 주요 정책 결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급부상과 맞물려 독일 정치의 불안정성을 가중하고 있다.

프랑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이나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형제들(FdI) 등 다른 EU 주요국에서도 유사한 우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EU 전반의 정치적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독일과 EU의 경제 위기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에 따른 무역 환경 악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독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특히, 독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화학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유럽 전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의 정치 경제적 불안정은 나토(NATO)의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둘러싼 의견 차이, 국방비 분담 문제 등에서 유럽 국가들 간, 그리고 유럽과 미국 간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한편, EU는 최근 경쟁력 약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EU 집행위원회는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에게 EU의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을 의뢰했다. 드라기가 최근 제출한 보고서는 위기 극복 방안으로 미국식 경쟁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EU의 규제 완화와 단일 시장 강화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제안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EU 지도자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는 극단적 정치 세력의 부상을 막고 중도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EU 차원에서는 회원국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의 위기대응 메커니즘을 개선해야 한다. 경제 정책에서도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힘써야 할 것이다.

독일과 EU의 현재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극우 세력의 부상, 경제 침체, 정치적 분열 등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EU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질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가 직면한 이 복합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유럽의 운명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