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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을 위한 혁신적 치료법, AI와 맞춤형 백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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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을 위한 혁신적 치료법, AI와 맞춤형 백신 시대

제약사들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예고

최근 AI 기술 발전과 맞춤형 백신 개발 등 혁신적인 접근법들이 등장하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AI 기술 발전과 맞춤형 백신 개발 등 혁신적인 접근법들이 등장하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암은 여전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암은 심장 질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으로, 매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 발전과 맞춤형 백신 개발 등 혁신적인 접근법들이 등장하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런 혁신적 접근법들은 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치료의 효과를 개선하며, 부작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많은 종류의 암에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고, 일부 암은 만성질환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진단


암 치료의 첫 단계인 진단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픈AI와 칼러 헬스의 협력으로 개발된 '캔서 코파일럿(Cancer Copilot)'은 의사들이 환자의 의료 기록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AI 보조 시스템은 현재 임상 시험 단계에 있으며, 평균 5분 만에 환자 기록을 분석해 누락한 검사를 제안하고 맞춤형 암 검진 계획을 수립한다.

이러한 AI 기반 시스템은 단순히 진단 속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초기 단계의 암을 발견하거나, 재발가능성을 예측하는 등 보다 정밀한 진단과 예후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앨런 애시워스 박사는 "AI를 통해 악당들(암세포)의 위치에 대한 매우 세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암 진단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최근 AI를 이용한 폐암 조기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여 임상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 시스템은 폐 CT 영상을 분석하여 초기 폐암을 높은 정확도로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 맞춤형 암 백신, 예방에서 치료까지


암 치료의 또 다른 혁신은 맞춤형 암 백신 개발이다. 기존 암 백신이 HPV나 B형 간염 바이러스와 같은 암 유발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았다면, 새로운 접근법은 암세포가 생성하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

존스 홉킨스 대학 니하 자이디 박사 팀은 K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KRAS 유전자 돌연변이는 세포의 과도한 증식을 유발해 폐암, 대장암, 췌장암 등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 이 백신은 췌장암 고위험군 대상 초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KRAS 돌연변이는 일부 암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며, 예를 들어 췌장암의 약 90%에서 발견된다. 이 백신은 췌장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BRCA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DNA 백신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연구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DNA 백신은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를 표적으로 하며, 이는 많은 암에서 과도하게 발현된다.

연구진은 이 백신이 BRCA 돌연변이 보유자의 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초기 임상시험 결과, 백신은 안전성을 보였고 면역 반응을 유도했다. 이는 향후 유전적 고위험군의 암 예방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맞춤형 백신은 암 예방뿐만 아니라 기존 암 치료의 효과를 높이거나 재발을 막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모더나, 머크 등 대형 제약사들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향후 암 치료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셀리드, 제넥신 등의 바이오기업들이 맞춤형 암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리드의 경우 개인별 종양 항원을 이용한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 표적 치료제의 진화: 항체-약물 접합체(ADC)


암 치료의 또 다른 혁신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이다. 화이자가 430억 달러에 인수한 씨젠(Seagen)은 이 분야 선두 주자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ADC 약물을 개발했다. 화이자는 2030년까지 ADC 약물이 연간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DC 기술은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고, 여기에 강력한 항암제를 결합해 건강한 세포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이는 기존 화학요법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기술 수출 계약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여러 ADC 후보 물질이 전임상 및 임상 1상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 방사성 의약품, 핵의학의 부활


방사성 의약품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치료법이다.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 등 대형 제약사들이 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은 종양을 표적으로 하는 분자에 방사성 입자를 결합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동시에 의사가 암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노바티스의 플루빅토(Pluvicto)는 이미 진행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승인을 받아 상용화되었으며, 2027년까지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방사성 의약품이 앞으로 암 치료의 주요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과제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법들은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과제도 제기하고 있다. AI의 의료 현장 도입에 따른 윤리적 문제, 맞춤형 치료의 고비용 문제, 방사성 의약품의 안전한 생산과 유통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특히 비용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맞춤형 암 백신의 경우, 개발 비용이 높아 치료 비용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발 중인 맞춤형 암 백신의 예상 가격은 환자 1인당 수십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많은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의료 보험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접근성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고도의 기술력과 인프라가 필요한 이러한 혁신적 치료법들은 주로 선진국의 대형 병원에서만 이용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치료법들을 보다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기술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혁신들은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앞으로 AI, 맞춤형 백신, ADC, 방사성 의약품 등 다양한 접근법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통합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암 정복을 향한 인류의 도전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혁신적 치료법들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향후 10년 안에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혁신의 혜택이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정책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