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물가 상승과 주거비 부담 등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투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59%가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중 74%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응답자들은 식료품 가격 상승(68%), 주거비 부담 증가(62%), 실질임금 정체(57%) 등을 주요 경제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반면에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본 23%의 응답자 중에서는 해리스에 대한 지지율이 71%로 높았다.
지역별로는 러스트 벨트 주들에서 경제 불안 인식이 더 강했다.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에서는 평균 64%가 경제 상황 악화를 체감한다고 답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곳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평균 6%p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투표 선호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61% 대 34%로 트럼프를 선호했지만, 최고의 날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보는 이들은 63% 대 35%로 해리스를 지지했다. 이는 각 후보의 캠페인 메시지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국가적 쇠퇴에 대한 우려를, 해리스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에서는 트럼프가 우위를 보인다.
경제 전반과 인플레이션 대처 능력에서 트럼프가 각각 8%p, 7%p 앞서고 있어 해리스 측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다만, 해리스는 '중산층을 배려하는 정책'에서 5%p 앞서며 반격의 여지를 남겼다.
두 진영의 구체적인 경제 정책을 비교해보면, 트럼프 진영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낮추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도 37%에서 30%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에너지 분야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 생산을 늘리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해리스 진영은 '바이드노믹스'의 연장선에서 정부 주도 투자와 증세를 통한 재분배 강화를 강조한다. 클린에너지와 인프라에 4년간 3조 달러 투자, 최저임금 인상(시간당 7.25달러에서 15달러로), 부유층 증세(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가구 대상)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 경제의 현주소와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동시에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등 객관적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는 경제 회복의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민정책과 낙태권 등 사회 이슈에서도 양극화된 여론이 확인됐다.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한 지지가 8년 전보다 20%p 상승한 56%를 기록해 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낙태권 보장에 대해서도 56%가 찬성해 해리스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됐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상반된 비전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는 경제 회복과 안보 강화를 통한 '과거의 영광 재현'을, 해리스는 포용적 성장과 진보적 가치 수호를 통한 '새로운 미국의 번영'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초박빙의 구도는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극소수 유권자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향후 3주간 경제 지표의 변화와 각 진영의 경제 정책 어젠다 설정이 승부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특히 7개 경합주에서 49% 대 49%의 초접전 양상을 보여 막판 경제 메시지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선택이 글로벌 경제와 국제 정세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남은 기간 경제를 둘러싼 두 진영의 설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