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이 성장 둔화와 혁신 부재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최근 워런 버핏이 보유 중이던 애플 주식을 일부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버핏의 이번 결정은 애플의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애플은 최근 고위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다.
16일(현지시각)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취임한 캐롤 서피스 최고인사책임자(CPO)가 1년 만에 사임하고, 디어드레 오브라이언 리테일 부문 수석 부사장이 인사 업무를 다시 맡게 됐다. 이는 애플이 현재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은 최근 3분기 실적에서 85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에 그친 것으로 과거의 고성장 시대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아이폰 매출이 1% 감소한 점은 애플의 주력 제품군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도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 3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으며 최근 9개월간 10% 하락했다. 중국 경제 둔화와 함께 화웨이 등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애플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의 경영진 개편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특히 인사 책임자의 교체는 기업 문화와 인재 확보 전략의 변화를 암시한다. 오브라이언의 리테일 경험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판매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 부재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인 '타이탄'이 10년 만에 취소된 데 이어, 최근 출시된 VR 헤드셋 '비전 프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AI 분야에서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들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다. 이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 확보와 조직 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주가는 연초 대비 21% 상승했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31배로, 다른 메가테크 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며, 향후 17%가량의 하락 여지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애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이 14% 성장하며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만, 하드웨어에 크게 의존하는 애플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경영진 개편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애플은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른 반독점 소송에 직면해 있다. 최근 유럽사법재판소는 애플에 130억 유로의 세금 추징을 명령했으며, 미 법무부도 애플의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과 폐쇄적 생태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향후 애플의 수익 모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 문제를 넘어 글로벌 테크 산업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AI와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 영역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향후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최근의 경영진 개편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