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례 총회에서는 인플레이션 쇼크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세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선두 주자로 부상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공약이 실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재점화라는 '쌍둥이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최근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조차 이 난제의 해결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보이지 못했다. IMF는 5년 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저조한 중기 전망치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샤 IMF 수석 경제학자는 "기후변화, 보건위기,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일상화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이 팬데믹 이전의 두 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리 조정이라는 전통적 통화정책만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무역 장벽 강화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상징하는 재정 리스크까지 더해져 세계 경제는 '저성장-고부채' 함정에 빠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경제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 수출 기업들은 리쇼어링(생산기지의 본국 회귀)과 프렌드쇼어링(우방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추세에 대비해 생산기지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핵심 산업의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아세안·인도 등 신흥국 시장 개척도 가속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단기적으로 환율과 금융시장 변동성 관리에 집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산업 고도화와 규제 합리화를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친환경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 경제의 성패는 이 구조 개혁의 속도와 깊이에 달려 있다. IMF의 '트리플 피벗' 제안이 시사하듯, 거시경제 안정성 확보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과제를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대외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도 혁신 기반 성장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