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시장 분석가들에 따르면, 애플의 AI 전략은 '최초보다 최고'라는 기업 철학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는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로, 이는 S&P500 기업 평균(25배)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은 애플의 이러한 접근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메타의 라마(Llama),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이 이미 실용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애플의 시리(Siri)는 아직 기본적인 명령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애플의 AI 기술이 경쟁사 대비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24개월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애플이 AI 혁신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페더리기는 "우리는 독립형 챗봇이 아닌, 깊이 통합되고 개인화된 AI를 추구한다"며 "이는 개인정보 보호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의 신중한 AI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시가총액 3.51조 달러(10월 25일 기준)를 지키는 데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며 시가총액 3.47조 달러까지 치고 올라온 엔비디아의 맹추격이 위협적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격차가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2025년 출시를 목표로 AI 전용 프로세서 개발에 착수했으나,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대비 성능이 6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엔비디아가 2024년 AI 칩 매출에서만 5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는 애플의 AI 관련 매출 전망치인 12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의 AI 혁신이 서비스 부문 매출에 미칠 영향은 주목할 만하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AI 기능이 2025년부터 본격화되면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애플 TV+ 등 서비스 매출이 현재 연간 850억 달러에서 2026년 12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AI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2026년까지 연간 AI 관련 매출이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가 애플의 충성 고객층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기업 가치를 5조 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AI 혁신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AI 기술이 성숙하고 프라이버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질수록 애플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이는 애플이 추구하는 프리미엄 전략과도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AI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를 향한 신중한 행보가 적절한 시점에 획기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애플은 AI 시대에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성과가 지연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엔비디아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