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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근본적 모순이 금융시장 뒤흔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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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근본적 모순이 금융시장 뒤흔들 수도"

"감세·재정확대와 보호무역의 모순된 조합이 금융시장 뒤흔들 수도"
전문가들 "Fed 독립성 침해 시 1930년대식 경제 혼란 재현 가능성"

시장의 열기는 트럼프의 찬 바람 의식하지 못해.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시장의 열기는 트럼프의 찬 바람 의식하지 못해. 사진=로이터
美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 의외로 차분한 반응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경합주에서 우세를 보이면서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시장은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한 모습이다.

그러나 28일(현지 시각) 배런스는 시장의 이런 안일한 태도가 오히려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래리 하더웨이는 최근 배런스 기고를 통해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담고 있는 근본적 모순이 결국 금융시장의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근본적 모순은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트럼프는 2019년 12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연준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금리를 인상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심지어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인가, 파월 의장인가 시진핑인가'라고 X(옛 트위터)에 올리며 금리 인하를 압박한 바 있다. 이는 전례 없는 연준 독립성 침해 시도로 평가받았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최대 위험으로 꼽았으며, 이 경우 국채시장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았다.

핵심은 트럼프가 추진하려는 정책 조합의 내재적 모순이다. 세금 감면과 정부 지출 확대, 규제 완화로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이민 제한과 보호무역 강화를 통해 노동력 공급과 교역을 제한하겠다는 구상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을 유발하고, 이에 따른 달러 강세는 무역 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가 제시한 경제정책들의 내재적 모순은 구체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세금 감면 정책만으로도 향후 10년간 추가되는 재정 적자가 최소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여기에 인프라 투자 확대와 국방비 증액까지 더해지면 적자 규모는 더욱 확대된다. 반면 이민 제한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0.7%p 낮출 것으로 연준은 분석했다.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은 이미 이러한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VIX 지수는 최근 20을 넘어서며 지난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채권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MOVE 지수도 140을 돌파하며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대선 당일인 11월 6일에 만기가 되는 주식 옵션상품의 보험성 프리미엄이 일주일 전보다 1.22포인트나 상승했다는 것은 시장이 선거 결과에 대해 그만큼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더 구체적인 경고를 내놓았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이 짧은 기간 내에 15%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트럼프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침해하고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연준의 정책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이다. CBOE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의 변동성 지표들은 이미 90% 이상의 고점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선거 관련 위험 프리미엄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역사적으로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 등 시장의 중대한 전환점에서도 투자자들은 임박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현재 상황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미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반도체 기업 보조금 재검토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다.

결국 시장이 현재 보여주는 차분한 반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당선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와 교역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연준 독립성 훼손 시도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