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각) 트럼프 2기 정부 인수팀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석유·가스 시추 확대를 위해 국립공원 보호구역을 축소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에너지 차르'로 임명해 규제 완화를 진두지휘하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환경 영향 평가를 이유로 중단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가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18개월 이상 허가를 기다려온 커먼웰스 LNG의 100억 달러 규모 루이지애나 시설(연간 생산능력 850만t)과 셈프라 LNG의 포트아서 2단계 프로젝트(연간 생산능력 1300만t) 등 대규모 투자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형도 바꿀 전망이다. 트럼프의 화석연료 부활 정책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폭발력을 갖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러시아산 LNG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산 LNG가 더 저렴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명해 가능성은 높다. EU가 미국산 LNG를 수입하면 러시아산 LNG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미국 정유업계는 이미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마라톤 페트롤리엄을 비롯한 주요 정유사들은 생산능력의 90% 이상으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높은 가동률이 이례적이라고 분석한다. 통상 겨울철은 운전자들의 주행 거리가 줄어 정유사들이 생산량을 조절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음에도 생산을 늘리는 배경으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시대의 대표적 친환경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완전히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많은 공화당 주들이 IRA의 혜택을 받고 있어 의회에서 법안 폐지에 동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시에라클럽 등 주요 환경단체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 축소에 대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석유·가스 생산량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2025년부터는 공급 과잉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트럼프의 생산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환경규제 완화와 재생에너지 축소를 둘러싼 정치·법률상의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2025년 트럼프의 실험이 성공할지에 에너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