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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미·중 무역전쟁', 중국 경제 생존 게임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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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미·중 무역전쟁', 중국 경제 생존 게임 직면

중국의 미국 추월은 신화로 그쳐, 트럼프 재집권으로 격차 더욱 확대될 전망

약화된 중국 경제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를 합친 그래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약화된 중국 경제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를 합친 그래픽. 사진=로이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경제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다. 2024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중국 경제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보다 훨씬 강력한 대중 압박을 예고하고 있어, 이미 취약해진 중국 경제가 생존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분석하고 있다.세계 최대 경제 대국 지위를 놓고 벌이는 미·중 간 경쟁에서, 중국의 추격은 '멀어진 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중국 세기론'의 몰락, GDP 격차 축소되기는커녕 확대될 수도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는 11조8000억 달러로 미국(19조4000억 달러)의 약 60.8% 수준이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가 중국이 2027~2030년 사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1기의 무역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황은 예상과 크게 달라졌다. 2024년 기준 중국 GDP는 18조3000억 달러로 미국(29조2000억 달러)의 62.6% 수준에 머물고 있다. 7년이 흘렀지만, 격차 축소폭은 1.8%포인트에 그쳤다.

중국의 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이제는 2030년대 초반 중국의 미국 추월 시나리오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무역 전쟁이 재발할 경우,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IB들은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이 기술 패권과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유치) 정책을 바탕으로 3% 이상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수출 경쟁력 약화로 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양국 간 GDP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인당 GDP 격차는 더 뚜렷하다. 중국은 여전히 1만2000 달러 수준의 중진국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은 8만 달러를 돌파하며 선진국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2016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이 20%에 근접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IMF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가 8.4조 달러에 이르며, 총부채는 GDP의 3배를 넘어선다고 추산했다. 시진핑 주석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소비 진작이 되지 않고 있으며, GDP 대비 가계지출 비중은 세계 평균보다 20% 포인트 낮은 40% 미만에 머물러 있다고 최근 에포크 타임스가 보도했다.

구조적 취약성 심화된 중국 경제, 시진핑의 대응 전략은

시진핑 정부는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도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중국 정부는 '신형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5G 등 핵심 기술 분야에 2025년까지 약 10조 위안(약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둘째, 위안화 국제화를 통한 달러 의존도 축소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과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셋째, 산업 보조금 지원 확대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내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지원을 통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외 경제전략 핵심인 '일대일로'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은 이미 150개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2023년 기준 누적 투자액이 1조 달러를 웃돈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미국 견제를 상쇄하려 할 것이다. RCEP을 통한 역내 무역 확대도 주요 대응책이 될 수 있다. RCEP 15개국의 GDP 총합은 약 25조 달러로, 이는 글로벌 GDP의 30%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 거대 경제블록 내에서의 영향력을 활용해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중국의 대응은 단기로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형 인프라' 투자의 경우,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로 핵심 기술과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 EUV) 장비 수출 제한은 중국의 기술 자립을 크게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 역시 단기간 내 달러화를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7%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중국 금융시장의 폐쇄성과 자본 통제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일대일로와 RCEP을 통한 무역 다변화 전략도 미국의 압박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 참여국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이어서 미국 시장을 대체할 만한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고, RCEP 역시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돼 즉시 무역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 트럼프의 '대중 압박 2.0' 전략


트럼프는 대선전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60%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첫 임기의 25% 관세를 크게 넘어선다.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다시 임명할 것을 예고한 만큼 대중 압박의 강도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트하이저는 1947년 오하이오주 공장도시에서 태어나 세계화에 따른 미국 제조업 몰락을 직접 목격하며 성장했다. 트럼프 1기 때 USTR 대표로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를 주도했다. 그는 "중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눈덩이처럼 키웠다"며 강경한 대중 정책을 주창해왔다.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복귀로 중국산 전기차, 반도체, 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전문 변호사 출신인 그는 WTO 체제의 맹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중국을 압박하는 새로운 무역 규제의 설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10월까지 72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올해 연간 흑자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무역장벽 강화 빌미를 제공할 전망이다. 사진은 중국 무역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10월까지 72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올해 연간 흑자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무역장벽 강화 빌미를 제공할 전망이다. 사진은 중국 무역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사진=로이터


◇ 중국의 글로벌 교역 패권 변곡점 맞을듯


중국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10월 중국의 무역흑자가 720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1조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이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위상을 여전히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170개국 이상과 주요 교역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100여 개국)의 약 1.7배에 이른다. 태양광 PV 제조 분야에서 95%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29개 핵심 광물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6600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2021년 기준, 세계 2위)를 통해 기술 혁신까지 주도하며 제조 강국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제품 개발·제조 컨설팅 기업 GEMBAH(젬바) 최신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이 같은 중국의 교역 패권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 강화, 여기에 트럼프 2.0 시대의 60%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정학 리스크와 무역장벽이 심화될 경우, 중국의 무역 흑자 규모와 핵심 교역국 수, 글로벌 공급망 점유율이 현저히 줄 수 있다고 보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생태계와 광범위한 산업 인프라를 고려할 때, 공급망의 급격한 이탈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재편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며, 특히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역량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와 강도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수위와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와 아시아 경제 지형 변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UBS 등 주요 IB들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 경제는 더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은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를 18%가량 평가절하해야 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달러당 8.5위안이라는 위험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탈중국화 예상된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기업들이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올해 들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8.1% 감소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앞으로 코로나19 시기와 같은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기대하기 어렵다. 당시 미국의 부양책으로 중국 제품 수요가 늘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완충 장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은 수출 부진, 투자 감소, 내수 부진이라는 3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과제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2.0이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수출 둔화는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도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인도 등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한국의 수출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온 '쌍순환' 전략을 통한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대외 압박에 맞서 기술 자립과 내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경제의 향방은 시진핑 정부가 대외 압박과 내부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