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등에 따르면, '투자의 귀재' 버핏 회장은 25일(현지시각)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A 주식 37.6% 등 1500억 달러의 재산을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버핏의 이번 발표는 현대 자본주의의 진화 방향을 제시하는 세 가지 핵심축을 보여준다. 첫째는 기업 가치의 지속가능성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하고 B클래스 주식이 연간 35%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사회적 가치 추구가 기업의 재무 성과와 충돌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이는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현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셋째는 현대 자본주의의 책임의식 강화다. 버핏은 자신의 성공이 "포드, 카네기, 모건, 록펠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는 전적으로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공한 기회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복리의 힘이 인생 후반부에 극대화된다는 그의 통찰은 부의 축적과 환원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번 발표의 실천 의지는 즉각 행동으로 이어졌다. 버핏은 클래스A 주식 1600주를 클래스B 주식 240만주로 전환하고 이중 약 12억 달러 상당의 주식 150만 주를 4개 가족 재단에 즉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첫 부인의 이름을 딴 수전 T. 버핏 재단, 하워드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노보 재단 등 4개 재단은 각각의 전문 영역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기부는 단순한 자선을 넘어 전략적 사회 투자의 성격을 띤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버핏의 기부 계획은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기부 결정권이 가족 재단에 분산돼 있고, 법률 구속력을 갖춘 제도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권 교체기의 사회적 양극화 심화는 버핏식 기부 모델의 시의성과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의 이번 결정은 자본주의 4.0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부의 축적과 환원, 기업 가치와 사회적 책임, 세대 간 지속가능성이라는 다층적 과제에 대한 통합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기부 계획을 넘어 현대 자본주의의 진화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