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뇌물수수 의혹...63억 달러 채권발행 취소
ESG 우려 확대..."외국인 투자자들 인도 기업 재평가할 것"
ESG 우려 확대..."외국인 투자자들 인도 기업 재평가할 것"
아시아 제2위 부호이자 인도 아다니 그룹의 설립자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에 기소된 이후, 인도 기업 전반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해 힌덴버그 리서치의 재무 부정 의혹 제기로 13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데 이어 발생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지난 11월 20일 공개된 기소장에 따르면, 아다니 회장과 조카 사가르 아다니 등은 2억6500만 달러의 뇌물을 인도 정부 관리들에게 제공하고 태양광 에너지 사업권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다니 그룹 측은 이러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번 기소의 여파로 아다니 그린 에너지는 6억 달러 규모의 채권발행을 취소해야 했다. 현재 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63억 달러 수준이며, 총부채는 2조5800억 루피에 달한다. 아다니 그린 에너지의 주가는 기소 이후 6.3% 하락했으며, 그룹의 대표기업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12.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인도 기업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스노우캡 리서치의 헨리 키너슬리 공동설립자는 "미국에서 자본을 조달하려면 미국 기관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ESG 투자 관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는 아다니 그린 에너지에 대한 ESG 리스크 등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트 리서치의 아민 라잔 CEO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으로 기업지배구조(G)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다니 그룹의 자금조달 능력 제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SGMC 캐피털의 모히트 미르푸리 펀드매니저는 "만약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고 미국 달러 시장 접근이 제한된다면, 새로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국내에서도 정치적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야당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같은 구자라트 주 출신인 아다니를 특별 대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도 증권감독 당국은 아다니 그룹의 시장 변동 정보 공시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태는 다른 인도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단타 리소스는 일시적으로 달러채권 발행을 취소했다가 높은 금리를 수용하며 재개했다. 아난드 라티 웰스의 슈웨타 라자니 책임자는 "높은 쿠폰 금리는 신중한 시장 심리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도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크리에이트 리서치의 라잔은 "타타그룹과 같이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아다니 그룹 회장의 뇌물수수 혐의 기소 사태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 지배구조와 ESG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와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자금조달에 있어 기업 지배구조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더욱 엄격한 지배구조 기준이 요구될 것"이라며 "선제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의 ESG 성과와 지배구조가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ESG 심사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