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장성 닝보에서 열린 유엔 국제조달 세미나에는 2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참가해 50여 명의 유엔 조달 책임자들과 1000회가 넘는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유엔이 아시아에서 국제조달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약 1만1000개의 중국 기업이 유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되어 있으며, 올해에만 2000개 이상의 기업이 새로 등록했다. 이는 서방과의 무역 마찰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엔 조달시장 진출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중소기업들은 영어 입찰서 작성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최저가 입찰, 선결제 요구, 엄격한 품질 기준 등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대외무역 안정화를 위한 9개 항의 지원책을 발표하고, 기업들의 "불합리한 대외 무역 제한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예상되는 추가 관세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유엔 조달시장 진출이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수출 다각화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유엔 조달시장 진출 확대 움직임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도 수출 다각화 차원에서 유엔 조달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엔 조달시장은 안정적인 대체 시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의 강점인 IT, 의료기기, 친환경 제품 등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유엔 조달시장 진출 확대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유엔 조달시장 점유율을 높일 경우,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며 "기술력과 품질 차별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