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의 발표를 인용해 국제 해운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그림자 선단의 운영 실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복잡한 소유 구조를 구축하고, 위치추적장치를 끄거나 깃발을 바꾸는 등 당국의 감시를 교묘히 피해간다. 더욱이 이들 선박 대부분은 노후화되고 관리가 부실한 상태로, 해양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상황이 국제 해운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선박 소유 구조의 불투명성과 소유주를 특정하지 못하는 규제의 사각지대는 불법 해상무역을 조장하고, 궁극으로는 선원들의 기본 인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선주를 대변하는 '국제해운회의소'의 가이 플래튼 사무총장은 WSJ에 "그림자 선박의 경우 소유주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권교체는 이 문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미국의 대외 정책 방향에 따라 국제 제재의 강도가 조정될 수 있으며, 이는 그림자 선단의 운영 방식과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국제 해운시장의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사회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첫째, 선박 소유 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제 선박 등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실소유주 공시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선원 인권 보호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의 해사노동협약 이행을 강화하고, 선원 유기 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제재 회피 선박에 대한 국제적 감시망을 구축하고, 위성추적시스템(AIS) 운영 의무화와 같은 기술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각국 항만당국은 불법 선박 입항 통제를 강화하고, 선원 인권 침해 사례 적발 시 즉각적인 구조와 지원이 가능하도록 긴급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림자 선단의 확산은 단순한 해운업계의 문제를 넘어 국제 질서와 인권, 안전이 걸린 복합적 이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