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거인 디즈니가 크루즈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디즈니가 향후 10년간 120억 달러를 크루즈 사업에 투자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보도했다.
테마파크 성장 둔화와 스트리밍 서비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디즈니의 새로운 도전이다. 밥 아이거 CEO는 600억 달러 규모 장기 투자 계획 중 20%를 크루즈 사업에 배정했다. 2031년까지 현재 6척인 선단을 13척으로 확대하는 청사진이다.
디즈니 크루즈의 강점은 독보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이다. '디즈니 트레저'호는 스타워즈 테마 워크숍, 마블 히어로 미션, 가상 테마파크 체험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미키마우스, 구피 등 디즈니 캐릭터들과의 만남, 최신 개봉 영화 상영, '모아나'와 '미녀와 야수' 테마의 뮤지컬 공연까지 제공하며 '바다 위의 디즈니랜드' 경험을 선사한다.
이런 프리미엄 서비스로 디즈니 크루즈는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높은 운임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 출발 4일 바하마 크루즈의 경우 로얄 캐리비안이 3368달러인 반면, 디즈니는 7692달러에 달한다. 그럼에도 객실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82%가 재이용 의사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시장 공략도 본격화된다. 내년 출범하는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최대 6700명을 수용하는 최대 규모로, 싱가포르를 모항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부유층을 겨냥한다. 테마파크가 없는 아시아 지역에서 디즈니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사업 확장은 높은 수익성에 기반한다. 디즈니는 지난 회계연도 크루즈 부문 매출이 5% 증가했으며, 승객 일수는 14%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유입으로 프리미엄 수요가 증가하면서 평균 객실 단가도 상승 추세다.
2025년 트럼프 재집권 시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은 크루즈 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국제 관광객 감소는 리스크 요인이다.
디즈니의 크루즈 사업 확장은 엔터테인먼트와 여행 산업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프리미엄 전략과 아시아 시장 공략은 글로벌 관광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