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정치·경제적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최근 파리 방문을 계기로 유럽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 그 파장을 심층 분석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EU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독일은 2023년 4분기 -0.3%를 기록하며 실질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2024년 EU 전체의 경제 성장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성도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의 영향력 확대로 6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해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독일에서도 '부채 브레이크' 완화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올라프 숄츠 총리의 3당 연정이 붕괴되었다.
유럽의 구조적 취약성도 심각한 도전 요인이다. WHO에 따르면 2024년까지 유럽의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 인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기준 EU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1.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R&D 투자도 GDP 대비 2.25%로 미국(3.5%)과 중국(2.4%)에 뒤처져 있다. EU 내에서도 스웨덴(3.57%)과 루마니아(0.52%) 간 투자 격차가 크다.
여기에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EU의 대미 수출은 5023억 유로로 전체 역외 수출의 19.7%를 차지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대미 수출이 1579억 유로로 전체 수출의 9.9%에 달해, 관세 부과 시 GDP의 1% 손실이 예상된다고 독일 연방은행은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균열을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유럽 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 문제를 지렛대로 유럽의 결속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유진영의 분열이 심화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우려된다. 유럽의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반도체, 자동차부품,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특히 EU는 한국의 제3위 수출시장으로, 교역 규모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유럽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며, 이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CB 전 총재 마리오 드라기가 "실존적 도전"이라고 언급했듯이,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순환적 문제를 넘어선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리스크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자유진영의 결속력 약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비자유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확대는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EU 차원의 통합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R&D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에너지 안보 강화 등 구조적 개혁과 함께, 자유진영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025년은 유럽 경제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