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한 독일이 재정건전성의 상징이었던 '부채 브레이크' 제도의 대대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정책 기조 전환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도입된 독일의 부채 브레이크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0.35%로 제한해왔다. 현재 독일의 정부 부채는 GDP의 63%로 G7 국가 중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된 안보환경, 노후 인프라 개선 필요성, 중국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제도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독일 경제는 최근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독일 경제는 0.3% 역성장했으며, 제조업 생산과 수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의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MF는 독일의 순차입 한도를 GDP의 1% 수준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 경제전문가위원회도 구조적 적자 한도 조정과 예외조항 적용 기간 연장을 포함한 개혁안을 제시했다. 이는 EU의 재정준칙인 GDP 대비 3% 적자 한도 내에서 독일의 재정 운용 탄력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독일 산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멘스, 티센크루프, 라인메탈과 같은 인프라·방산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방분야 투자가 이어질 것이고, 우크라이나 재건 등으로 인프라 산업도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2024년 들어 라인메탈의 주가는 124% 상승했으며, 시장은 추가 성장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현재 한국의 K9 자주포는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현대로템과 라인메탈의 기술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독일의 그린 수소 전환 정책은 한국의 수소 기술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들도 독일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로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이 변화가 독일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인구 고령화와 높은 에너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2025~26년 독일의 GDP 성장률이 0.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EU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한·독 경제협력의 과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양국의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협력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이번 재정정책 전환은 한·독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