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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전문가 "칩 설계 혁신 없이는 생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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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전문가 "칩 설계 혁신 없이는 생존 어려워"

"미국 제재로 첨단공정 접근 제한...새로운 설계기술 개발 시급"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zGlue가 칩렛으로 만든 데모 칩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zGlue가 칩렛으로 만든 데모 칩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이 미국의 기술규제에 직면한 가운데, 자체 칩 설계 기술 혁신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특히 첨단 제조공정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설계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12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 웨이샤오쥔 부회장은 11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집적회로 설계 산업 전시회에서 "이제 우리 자신의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선진 자원이 중국에 폐쇄된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제조 기술의 범위가 크게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에 따른 우려를 반영한다. 미국은 이달 초 24개 유형의 칩 제조 장비와 3개 범주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으며, 140개의 중국 반도체 기업을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

웨이 부회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한 두 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새로운 설계 아키텍처 개발과 마이크로시스템 통합이 그것이다. 현재 중국은 첨단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와 칩 리소그래피 장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심일렉트리시티테크놀로지의 천젱후이 CTO는 "3D 스태킹과 이기종 통합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장기적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낮은 처리능력의 칩을 적층하면 특정 고급 공정에 필적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칩 설계 매출은 올해 6460억 위안(약 891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2024년 성장률 전망치인 19%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중국의 칩 설계 시장은 통신 및 소비자 가전용 칩이 68.48%로 지배적이며, 컴퓨터 프로세서는 11% 미만에 그치고 있다. 웨이 부회장은 AI와 전기차 등 신흥 산업이 아직 주류화되지 못해 혁신적인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재 우려로 인한 비축 수요로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증가세를 보인다. 1~11월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5014억7000만 개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으며, 금액으로는 34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도 호조를 보여 같은 기간 2716억 개(전년 대비 11.4% 증가), 1450억 달러(18.8%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레거시 칩 생산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반도체 설계 혁신 드라이브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첨단공정 기술 우위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말한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이 첨단 제조공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설계 혁신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D 스태킹이나 이기종 통합 같은 새로운 설계기술은 제조공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주목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제조 기술 격차 확대, 둘째 자체 설계기술 강화, 셋째 새로운 응용 분야 발굴이다.

특히 팹리스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제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설계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한국의 팹리스 시장 규모는 중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AI, 자율주행 등 신성장 분야 선점도 중요한 과제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설계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설계 혁신 드라이브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제조 경쟁력 유지와 함께 설계 역량 강화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