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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기조,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

美 기업 실적부터 신흥국 경제까지 '비상'

주식 그래프 앞의 미국 1달러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주식 그래프 앞의 미국 1달러 지폐. 사진=로이터
미국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유로와 엔 등 주요국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월 말에 비해 7% 상승한 107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의 해외 실적 악화와 신흥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물가 상승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투자전문지 배런스 등에 따르면, 미국 달러는 미국의 견실한 경제지표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유지를 바탕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를 자극하고 다시 달러 가치를 높인다.
달러 강세의 영향은 우선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서 확인된다. 미국 주식시장의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기업 중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되고 있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는 필립모리스의 주가는 12월 들어 5%가량 하락했다. 코카콜라는 해외 매출 비중이 약 3분의 2 수준이며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오라클은 해외 매출 비중이 45% 수준인 가운데 환율 영향을 고려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제조업계의 타격도 뚜렷하다. 가전업체 월풀의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3M, 캐리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는 신흥국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자국 통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달러화 표시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내년 1월 트럼프 취임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감세 정책으로 재정적자 확대와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달러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인덱스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달러 강세가 이미 상당 부분 자산 가격에 반영되었다는 점은 위안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은 선물환 거래 등 환헤지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지역별·자산별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제품 경쟁력 제고를 통해 환율 변동성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기업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 수출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 중장기적 체질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