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10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와 1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업계는 그 실현 가능성에 깊은 회의를 표명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이번 투자 계획을 보도하면서, 실현될 경우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면서도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일단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손정의 회장은 X(구 트위터)의 일론 머스크와 AI 기술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트럼프와의 회동을 성사시켰다. 이는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 500억 달러 투자와 5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던 당시를 연상케 한다. 이번 발표는 2025년 트럼프의 재집권을 앞두고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투자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9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의 총 투자 가치는 1360억 달러로, 1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는 현재 포트폴리오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소프트뱅크의 주요 투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AI 산업의 고용 구조는 더욱 근본적인 제약 요인이다. 현재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주요 AI 스타트업들의 평균 고용 인원은 785명에 불과하며, 180억 달러를 모금하고 1570억 달러의 민간 시장 가치를 가진 오픈 AI조차 1372명의 직원만을 보유하고 있다. 버닝 글래스 인스티튜트의 가이 버거 노동경제학자는 'AI 산업은 소수 정예 고임금 인력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다'며 대규모 고용 창출의 한계를 지적했다.
미국의 현재 노동시장 상황도 이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 AI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고학력 인력 실업률은 이미 매우 낮은 수준(석사 2.0%, 박사 1.0%)을 보인다. 이는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의 이동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크며, 실질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프로젝트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도 주목된다.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 이는 미국의 기술 패권 강화 정책의 핵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AI 경쟁력 제고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으나, 고숙련 노동자 중심의 투자는 임금 격차 확대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손정의의 AI 동맹은 미·일 경제 협력의 상징적 의미는 있으나,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산업 특성과 노동시장의 현실적 제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성공은 결국 무리한 양적 확대보다 질적 성장과 핵심기술 확보에 달려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