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미국과 패권 경쟁을 위한 국가 주도형 경제정책을 고수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GDP는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을 추격해왔다. 2017~2021년 5년간 중국은 25.4%의 누적 성장을 기록한 반면 미국은 9.3%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로 2023년 기준 중국(17.8조 달러)과 미국(23조 달러)의 GDP 격차는 다시 벌어지는 양상이다. S&P 글로벌은 중국의 GDP 성장률이 2024년 4.8%, 2025년 4.1%, 2026년 3.8%로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 붕괴, 지방정부 부채 급증, 디플레이션 위험 등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시진핑은 시장 중심의 개혁 대신 반도체와 전기차 등 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기술 자립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중국의 가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미국(68%)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중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공약한 60% 대중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GDP는 최대 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중국은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의 수출 통제 강화와 개발도상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 등 '경제 무기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시진핑은 여전히 미국 추월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당초 2028~2033년으로 예상됐던 추월 시점이 경제 성장 둔화와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해 더욱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중의 글로벌 패권 장악을 위한 양보 없는 경쟁과 갈등은 양국을 주요 수출무대로 삼고 있는 한국 경제에 향후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의 기술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진핑의 현 정책 기조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보다 미국과의 장기 패권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 블록화를 촉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행보가 단기적으로는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으나, 중국은 이를 감내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강행할 것으로 분석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