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대대적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는 트럼프 고율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 자동차 산업은 연간 핵심 이익의 최대 17% 감소라는 충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재선으로 이러한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자동차 산업은 현재 전례 없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인한 내수 위축,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관세 위협이 그것이다. 독일경제연구소는 미국이 2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향후 4년간 독일 경제에만 1925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응하여 EU는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WTO 제소를 통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상 카드로 전기차 보조금 상호 인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역내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2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기업별 영향은 차별화될 전망이다. 볼보와 재규어 랜드로버는 유럽 생산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2016년 첫 관세 위협 이후 미국 내 생산기반을 확대해 왔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메르세데스-벤츠는 앨라배마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리스크 헤지에 나선 바 있어 이번 관세 부과에서 피해는 상대적으로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 및 동유럽 국가의 피해도 우려된다. 자동차 산업 관련 일자리만 1400만 개에 달하는 유럽에서, 향후 10년간 18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세르비아의 피아트 크라이슬러, 폴란드와 체코 부품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생산기지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테네시주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스텔란티스는 북미 생산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유럽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노동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유럽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다. 자동차 산업은 EU GDP의 약 7-8%를 차지하며, 2023년 기준 1.9조 달러의 총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고용 측면에서도 직간접적으로 1380만 명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이는 EU 전체 고용의 6.1%에 달한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340만 개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어, EU 제조업 고용의 11.5%를 차지한다. 또한, 연간 591억 유로의 R&D 투자와 1019억 유로의 무역흑자 창출 등 유럽 경제의 핵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기반과 함께 유럽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품질과 브랜드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생산기지 재편과 전기차 전환이라는 이중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생산 거점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