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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영토 확장론',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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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영토 확장론',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인가?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발언의 실체와 글로벌 질서 재편 전망

강한 미국을 외치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강한 미국을 외치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사진=로이터

미국이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며 새로운 형태의 세계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운하 통제권 확보, 캐나다의 미국 편입 등 전례 없는 구상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안보·경제 전략에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중대한 변화로 평가된다.

트럼프 진영은 이러한 구상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그린란드의 희토류 자원과 북극항로, 파나마운하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며, 미국의 경제·안보 이익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그린란드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파나마운하 주변 항만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이런 '충격 요법'은 더 큰 전략적 목표를 위한 교섭 카드로 분석된다. 첫째,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이들과의 전략적 협상을 위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셋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이나 불법이민자 단속 강화와 같은 다른 정책 목표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트럼프 진영은 이외에도 '힘에 의한 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여러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 대한 방위 지원 확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 강화,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새로운 중재안 제시 등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를 적극 중재하며 이란 견제를 위한 새로운 동맹 구도 형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구해온 '소프트파워' 전략과는 차별화된다. 군사·경제·문화적 영향력을 통한 간접 지배에서 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 조정으로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다. 트럼프 측근들은 이를 통해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견제하고 미국의 실질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이미 매각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파나마도 운하 주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법적 제약과 동맹국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주목할 점은 러시아와 중국의 상반된 대응이다. 러시아는 이를 글로벌 세력 재편의 기회로 보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북극 지역 투자 확대와 '일대일로' 강화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경쟁을 예고한다.

트럼프의 구상은 글로벌 질서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NATO 등 전통적 동맹체제가 약화될 수 있으며,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국제 통상질서도 재편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현재 1조 원 수준인 방위비 분담금이 최대 5배까지 증액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측면에서도 트럼프가 언급한 보편적 관세 정책(universal baseline tariff)이 실현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하고 실질 GDP는 0.67% 하락할 수 있다는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이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한국의 전략적 선택 압박이다. 미국이 '반도체 동맹'과 '공급망 재편'을 명분으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가속화할 경우, 대중 교역 비중이 25%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수출시장 다변화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 ▲신성장 동력 발굴 ▲동남아·인도 등 신흥시장 진출 확대 등 포괄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신(新)세계전략은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의 외교·안보·경제 정책 전반에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중대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