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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계 신용카드 부실 급증...'글로벌 금융위기'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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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계 신용카드 부실 급증...'글로벌 금융위기' 재연되나?

저소득층 채무불이행률 14년래 최고... 한국도 가계부채 리스크 '경고등’
소비자가 한 매장의 결제 단말기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소비자가 한 매장의 결제 단말기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금융시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연상케 하는 불안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신용카드 채무불이행률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미국발 금융 불안은 각국의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가 1,873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 리스크 확대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뱅크레그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첫 9개월간 미국 신용카드 대출기관들의 부실채권 상각 규모는 4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다. 이는 14년래 최고 수준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연체가 급증하며 금융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금융불안의 핵심 원인은 장기화된 고물가와 고금리 정책이다. 팬데믹 시기 정부 지원금으로 일시적으로 개선되었던 저소득층의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대표는 "미국 소비자의 하위 3분의 1의 저축률이 제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 부채도 위험 수준이다. 2022~2023년 신용카드 잔액이 2700억 달러 증가했고, 2023년 중반 미국 신용카드 부채가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자 부담도 가중되어 2023년 9월까지 12개월간 신용카드 이자 지출이 17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소비자 부채의 급증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월평균 1400달러의 이자 부담은 중산층 이하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크게 제약하여 소비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금융권의 위기감도 고조된다. 미국 3위 신용카드 대출업체 캐피털원의 연간 신용카드 상각률은 2023년 11월 6.1%로, 전년 5.2%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전체 대출의 6.1%가 회수 불능 상태라는 의미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2025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5.25~5.50%로 23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2024년 금리 인하 폭도 당초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축소될 전망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율 60% 인상 정책이 실현될 경우, 중간 소득 가구는 연간 최대 39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금융 취약성도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중이 93.9%로, 이는 경제규모 30위권 국가 중 스위스,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 가계는 평균적으로 연간 소득의 2배가 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이 변동금리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금리 상승 충격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 불안이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실이 급증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러한 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금리정책 조정을 통한 금융안정 도모와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부채조정 지원 등 맞춤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투자자들 역시 신용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