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美국채 금리 4.7% 육박, 1년새 1.1%p↑
"과도한 재정지출, 미래세대 부담 가중" 투자자들 반발
"과도한 재정지출, 미래세대 부담 가중" 투자자들 반발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주요 경제국에서 국채가 투매되면서, 투자자들이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제어하려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으나, 이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뉴버거 버먼의 로버트 디슈너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부채 문제에 집중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정부 빚으로 관심을 돌렸다"며 채권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은 대규모 차입 예산안을 발표한 직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30년 만기 금리는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프랑스는 정치적 혼란으로 긴축 예산안 통과에 실패하며 차입 비용이 그리스보다 높아졌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무분별한 차입과 세금 감면 정책 우려로 국채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 팬데믹 부채의 그림자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에이프릴 라루스 투자전문 책임자는 FT에 "정부 채권시장이 이제 방 안의 어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 결정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채권 감시자'로 불린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을 무기로 정부의 재정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현재는 그때만큼 긴박하지 않으나, 프랑스와 독일 간 국채 금리 차이는 유로존 채무 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해 9월 3.6%에서 4.7%로 급등했다.
펀드사 핌코의 페데르 베크-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부채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금 책임감 있는 재정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재정 건전성 '경고음'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국가 부채 문제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는 높아진 차입 비용으로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이 오는 3월 발표할 예산안에서 재정 규율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소날 데사이 채권 부문 최고 투자책임자는 FT에 "공화당이 선거 공약에서 제시한 감세 정책을 재원 마련 없이 추진한다면 채권 감시자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의 반응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으나, '부채 폭탄'을 떠안게 됐다. 이제 투자자들은 과도한 부채와 방만한 재정 운용에 책임을 묻고 있으며,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금리 상승과 물가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 규율을 확립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는 단기 경기 부양을 넘어 장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