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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퇴출', 글로벌 디지털 경제 재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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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퇴출', 글로벌 디지털 경제 재편하나?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 데이터 주권과 소셜미디어의 미래
글로벌 숏폼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 로고,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판사 의사봉.미국 대법원이 중국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을 강제하는 법안의 변론을 진행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숏폼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 로고,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판사 의사봉.미국 대법원이 중국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을 강제하는 법안의 변론을 진행했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법원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재편할 중차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디인포메이션은 미 대법원이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글로벌 숏폼 비디오 플랫폼의 '틱톡' 매각을 강제하는 법안에 대한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최종 판결은 오는 19일 내려질 예정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법관들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기업으로서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는 "법은 틱톡 폐쇄가 아닌 바이트댄스의 매각을 요구한다"고 명확히 했다. 엘레나 케이건 판사도 이 법이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가 없는 외국 기업만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한 이번 법안은 초당적 지지로 통과됐다. 미국 의회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있어 1억7000만 미국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재판 과정에서 틱톡의 경쟁사인 메타와 스냅의 주가가 각각 1.3%, 2.6% 상승한 점은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골드만삭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가 제기하는 도전 과제를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 간의 긴장 고조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본사 서버에 저장해왔다. 이는 각국의 데이터 현지화 요구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틱톡 사태는 5G, 반도체에 이어 소셜미디어가 미중 기술 경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틱톡의 핵심 알고리즘을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셋째,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 리스크 증가다. FT는 "틱톡 사례를 계기로 각국 정부가 해외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역외 디지털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검토 중이다.

현재로서는 몇 가지 주요 변수가 있다. 바이트댄스는 매각을 거부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핵심 알고리즘 판매를 불허할 것으로 보인다.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전 CEO인 바비 코틱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의 태도를 고려할 때 매각 가능성은 낮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도 변수지만, 애플과 구글은 높은 벌금을 감안할 때 법 집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 파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틱톡은 2023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242억 달러를 기여했으며, 22만4000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주요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만큼, 대체 플랫폼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의 대대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메타와 스냅 같은 미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아시아 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의 제페토는 이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았으며, 카카오도 소셜미디어 서비스의 글로벌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한국 기업들도 데이터 보안과 국가안보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데이터 관리에 대한 심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현지 데이터센터 구축과 같은 선제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시대의 국가안보, 기업 경쟁력, 소비자 편의성이 상충하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은 기술력과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능력도 갖춰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