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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고립주의, 향후 세계 경제 지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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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고립주의, 향후 세계 경제 지도 바꾼다

연간 무역 규모 약 1조3000억 달러 한국, 새로운 생존 전략은?
붉게 물들고 있는 화면에 보이는 미국 1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붉게 물들고 있는 화면에 보이는 미국 1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이 주도하는 신(新)고립주의 물결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시장 전략가 조셉 퀸란과 선임 투자 전략가 로렌 산필리포는 2025년 1월 2일(현지시각)과 10일 배런스 기고문에서 "세계는 혼란에 빠지더라도 미국은 정상을 지킬 것"이라며 세계화의 퇴조를 예고했다. 이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인 한국 경제에 심각한 도전을 예고한다.

세계 경제는 개방과 통합에서 폐쇄와 분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는 무역 관세, 정부 보조금, 투자 제한, 반이민 정책, 자원 보호주의 등 구체적 정책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민족주의와 국가 안보가 경제적 효율성보다 우선시되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정책 변화는 명확한 수치로 확인된다. 미국은 2018년 중국 수입품 380억 달러에 관세를 부과했고, 2024년 5월에는 18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2022년에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켜 핵심 산업의 자국 내 생산을 강화했다. Tax Foundation은 이러한 관세정책으로 미국의 GDP가 0.2% 감소하고 14만2000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만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이 11%에 불과하지만, 세계 개인 소비의 31.5%를 차지하는 거대 내수시장을 갖췄다. 세계 최대 규모의 대평원, 오대호, 최고 수준의 원유 생산량도 자급자족을 뒷받침한다.
미국 기업들의 구조도 이러한 변화에 유리하다.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고용의 68.3%, 생산의 76%, 자본 투자의 81%, R&D 지출의 86%를 자국에서 수행한다. "미국 우선주의"가 이미 기업 경영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이와 같은 고립주의는 미국에도 위험이 될 수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증권은 30조1000억 달러에 이른다. 2024년 미국 재정적자는 GDP 대비 6.4%, 경상수지 적자는 3%를 넘어 '쌍둥이 적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 적자를 메우는 외국 자본 유입이 감소하면 달러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취임 이후 관세 확대 부과와 동맹보다 미국의 실익을 중시하는 노선을 본격화할 경우, 고립주의는 더 강화되고 세계화는 퇴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 중국 수입품에 추가로 10% 관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러한 정책으로 2030년까지 세계 무역 규모가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베이에른LB는 2025년 글로벌 GDP 성장률이 2024년 2.7%에서 2.5%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출 중심 국가들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수출비중 112%), 독일(48%), 한국(44%) 등은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이 시급하다. 특히 한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선택과 함께 내수시장 확대, 공급망 다변화, 첨단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는 각국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 조정, 기술 혁신,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장기적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