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이민제한으로 공급 충격 우려...금리 인하 어려워질 듯
국제통화기금(IMF)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차스는 16일 IMF 블로그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관세인상과 이민제한 정책이 미국의 공급 측면에 부정적 충격을 주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은 Fed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오히려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달러 강세와 미국의 대외적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1월 20일 취임을 앞 둔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대규모 감세를 시행하겠다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IMF는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수정보고서에서 2025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완화는 금융 안전장치를 약화시키고 취약성을 높여 미국 경제를 위험한 붐-버스트 경로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붐-버스트는 경기가 과열된 후 급격히 붕괴하는 경제 순환을 뜻한다. 그는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위험 추구와 레버리지 확대가 결국 자산 가격 폭락과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붐-버스트 사례"라면서 "금융규제는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2025년과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3%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역사적 평균인 3.7%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로존의 경우 2025년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1.6%)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독일은 2년 연속 생산량 감소 후 올해 0.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올해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재정·통화정책이 수요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할 경우 부채-디플레이션-침체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고조될 경우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수 있다"면서 "이는 금융시장과 대외부문의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