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계국 "작년 5% 성장" 발표...현장선 "체감 경기와 큰 괴리" 지적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현지시각)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134조9084억위안(약 2경6810조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인 4.9%를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지난해 초 중국 정부가 목표치로 내세운 ‘5% 안팎’에 부합하는 수치다.
그러나, 많은 중국 국민들은 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중국 정부의 발표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의 인쇄 및 광고 회사 소유주 하오 씨는 "정부가 발표하는 성장률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2024년은 20년 넘게 사업을 운영하면서 최악의 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베이징대학교의 한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데이터는 통상 플러스마이너스 2%포인트 정도의 오차를 보여왔으나, 최근 2년간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 경제학자는 "수개월째 1% 미만을 기록 중인 소비자물가상승률과 2년 넘게 마이너스를 보이는 생산자물가상승률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국영 SDIC 증권의 가오샨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중국 경제가 최근 2~3년간 연평균 2% 수준의 성장에 그쳤을 것"이라고 발언한 후 공개 연설이 금지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2년까지 정부 목표치인 7~8%를 크게 웃도는 성장을 달성했다. 국가통계국은 특히 2007년에는 실제 성장률이 14%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 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부터는 정부가 제시한 연간 성장률 목표치가 7.5%에서 점진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5%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실제 성장률도 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률이 2%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 시기에는 정부가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로듐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2.4~2.8%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듐그룹은 "부동산 부문 침체로 지방정부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하다. 안후이성의 한 은행 신용담당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리 중인 미상환 대출 포트폴리오 가치가 올해 들어 20%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저장성 항저우의 한 제조업체는 지난해 1700명이던 직원이 현재 1100명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푸젠성의 한 국유기업 직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정부 지시로 투자를 앞당겼지만, 직원들의 급여는 3년 전보다 20% 이상 삭감됐다"면서 "2024년 초 승진했음에도 월급이 2023년보다 1000위안(약 19만원) 줄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