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중국 자립화 부추겨…국내 기업 추격우려
삼성·LG 등 AI관련 업계, 딥시크 검증 돌입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가형 인공지능(AI) 모델의 등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등이 예상된다. 다만 딥시크에서는 HBM2E(3세대) 또는 HBM3(4세대)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LG 등 AI관련 업계, 딥시크 검증 돌입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딥시크가 발표한 최신 추론 AI 모델 'R1'의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80억원), 약 2000개의 중국용 엔비디아 AI 가속기 'H800'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H800에는 최신 제품인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가 아닌 이전 세대의 HBM이 탑재되고,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빅테크들이 한 개의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한 해 동안 투자하는 비용과 채용하는 칩 개수를 비교하면 10%에도 미치지 않고, 성능도 경쟁사들과 맞먹거나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앞서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2022년 당시 가장 강력한 AI 칩인 H100의 중국 판매 제한을 받았고 2023년에는 H800 수출도 제한됐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H20을 출시했다. 문제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중국 업체들의 자립도를 높여 차세대 HBM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창신메모리)가 최신 D램 DDR5를 출시했고, 2023년 9월 화웨이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7나노 공정에서 제조된 칩셋을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트럼프 취임 초기인 만큼 저사양 제품에 대한 대중국 제재도 강해질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중국 CXMT가 현재 HBM2E까지 만들고 있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자립화를 부추겨 향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CXMT 제품이 쓰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보다 HBM에서 두 세대 이상 뒤처진 중국 업체들이 HBM3 양산을 본격화하면 엔비디아 GPU에 탑재될 수 있다. 나아가 중국이 HBM3E, HBM4를 만드는 것도 시간만 있으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HBM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등 중국 업체의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
다만 딥시크에 구체적인 사양과 성능 검증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검증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딥시크 쇼크로 인한 영향이 구체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LG AI 연구원 등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최근 딥시크 AI 모델의 테스트와 분석을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상황 파악에 나섰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실적 설명회에서 딥시크발 충격과 관련해 "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